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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 北간 인식 간극 가능성
‘보여주기 사찰’ 그칠 우려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 자리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의 불가역적 해체 검증을 위한 사찰단을 초청했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사찰·검증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원하는 장소만 골라 사찰을 허용하는 보여주기식 사찰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위해서는 이를 담보할 수 있는 △기초사찰과 △불시사찰 △상주감시 세 가지가 필수적이다. 기초사찰은 양측이 미리 신고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사찰로 사전신고를 토대로 한다. 가동 중이거나 종료된 시설에 상관없이 9시간 정도 미리 정해놓은 시간 안에 통보하면 최소 24시간 동안 확인을 할 수 있는 불시사찰도 비핵화 협상의 필수규정이다. 또 미·북이 협정을 맺을 경우 핵시설에 일정 규모의 사찰관을 상주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제시한 사찰 카드는 자신들이 지난 5월 해외 사찰단 참관 및 검증 없이 임의로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사후 사찰이다. 자신들의 풍계리 핵실험장의 불가역적 폐기 주장에 대한 회의론이 계속되자 북한은 사후 사찰 카드를 내밀었다. 사후사찰이라는 점에서 북한은 사찰단의 검증 장소를 자신들이 붕괴시킨 입구 부근으로 한정시킬 가능성이 높아 제대로 된 사찰이 되지 않을 위험이 크다. 라시나 제르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사무총장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입구를 폭파했지만 다른 곳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다”며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아니어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은 그동안 핵 시설을 미신고하거나 축소 신고하고 심지어 위장하는 방식으로 핵 사찰을 피해왔다. 북한은 1992년 핵 개발 의혹 당시 국제사회 압박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해 9월 미국 정부가 북한의 미신고 핵 시설과 은폐 시도 정황이 담긴 첩보위성을 공개하고 IAEA가 추가 사찰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고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개발 의혹 등으로 인해 8년 만에 붕괴됐다. 북한은 2008년에는 사찰 요구에 HEU 프로그램 개발 및 미신고시설 공개거부 등으로 맞서다가 협상 파기를 선언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소장은 김 위원장의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초청에 대해 “김 위원장이 해왔던 모든 것처럼 비핵화를 흉내 내는 제스처이지 실질적 비핵화는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