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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남편 위험” 회견 뒤
中 “위법행위로 조사중” 밝혀
실종13일만에 강제구금 확인

결국 사임…내달 새 총재 선출
한국인 김종양 부총재가 대행

중국 출장을 떠난 뒤 행방불명됐던 멍훙웨이(孟宏偉·64·사진)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총재가 실종 13일 만에 인터폴을 통해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현재 그는 중국 당국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멍 총재가 어떤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지 밝히지 않아 권력투쟁에 희생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고위 관료나 기업인, 연예인 등이 갑자기 대중의 눈에서 사라졌다가 중국 공안기관에 의해 구금된 사실이 밝혀지는 게 이번에도 반복되면서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대상은 인터폴 총재라는 점에서 중국의 행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분위기다.

8일 외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인터폴은 멍 총재가 7일 사임 의사를 밝혀왔고 사임 효력은 즉각 발효된다고 밝혔다. 멍 전 총재가 강압에 의해 사임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9월 20일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 리옹을 떠나 25일 중국에 도착한 이후 연락이 두절됐던 멍 전 총재의 소재는 7일 저녁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그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드러났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출신인 멍 전 총재는 베이징(北京)대 법대를 나온 뒤 1975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해 주로 공안기관에서 근무했다. 2014년 부패 혐의로 종신형을 받고 수감된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가 발탁한 인물이다. 외신들은 그가 부패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수장에 대한 초법적인 구금 조사 과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중국 국가 이미지 실추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중국 당국이 멍 전 총재에 대해 전격 체포에 나선 것은 보다 엄중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1기 반부패 투쟁 과정에서 숙청된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세력 등을 다시 한 번 타깃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멍 전 총재의 부인 그레이스 멍은 7일(현지시간) 리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이 위험에 처했다면서 국제사회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준비한 원고를 꺼내 남편이 출장을 간다면서 집을 나간 직후인 9월 25일 남편으로부터 위험에 처한 것을 의미하는 칼 모양의 이모티콘을 메시지로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김종양 인터폴 집행위원회 부총재가 당분간 총재 대행을 맡는다. 김 대행은 경남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 기획조정관, 경기지방경찰청장을 거쳐 2015년 인터폴 부총재에 당선됐다. 인터폴은 오는 11월 두바이 회의에서 새 총재를 선출할 예정이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