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차량 ‘준중형 전기車’로

이성 구청장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의 3선 단체장이다. 공무원의 꼼꼼함과 태생적 결단력을 함께 갖춰 공무원 시절부터 ‘행정의 달인’이란 말을 들었다. 그는 지난 8년간 구정을 이끌며 안정 지향적 모습 대신 개혁하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가족과 함께 전 세계 배낭여행을 다닐 정도로 남다른 삶을 살며 축적된 통찰력이 단단한 구정의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를 듣는다. 앞으로 4년간 그가 펼칠 행정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56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 24세 나이에 행정고시 24회에 합격,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청와대 행정관, 서울시 시정개혁단장·경쟁력강화본부장·감사관, 구로구 부구청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09년 사표를 내고 2010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해 구로구청장에 당선된 뒤 올해 6·13 지방선거를 통해 3선에 성공했다.

이 구청장은 민선 5기 첫 취임 후 108㎡에 달했던 구청장실을 3분의 1 수준인 34㎡로 대폭 줄여 화제가 됐다. 전임 구청장이 사용하던 침실과 화장실을 모두 없애고 최소한의 회의·수납공간만 남기는 대신 직원 업무 공간을 늘렸다. 지나치게 비대한 구청장실은 되레 행정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20년 전 미국 유학 시절 경험했던 미국 단체장들의 작은 집무실을 참고해 작은 구청장실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구청장 전용 차량도 대형 오피러스에서 1580㏄ 크기의 준중형 전기차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으로 바꿨다. 구로디지털단지를 관할하는 단체장으로서 전기차 산업 활성화에 앞장서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실제로 그는 지역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전기차를 타고 현장을 누비고 있다. 이 구청장은 살아온 삶의 궤적도 남다르다. 입대를 위한 현역병 신체검사에서 탈락하자 장교로 지원해 학사 장교로 국방의 의무를 다했고, 처남 부부가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조카 둘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

이 구청장은 미분과 적분 등 수학문제를 풀며 맑은 정신을 유지한다고 한다. 그는 문학과 미술에도 조예가 깊다. 1999년 ‘월간 문학세계’에 ‘돈바위산의 선물’이라는 에세이를 내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