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국정감사 자료 분석
제주 신재생에너지 33㎿ 공급
전체전력수요의 3.5%에 불과

- 美 포브스, MIT 보고서 인용
“韓 원전 건설비, 유럽의 절반”
경제성 있지만 脫원전이 발목

탈원전 정책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발전소 정기검사 기간이 3배가량으로 급증하면서 원전 가동률이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4일 나타났다. 반면 정부가 탈원전의 대안으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활용은 여전히 미흡해 자칫 탈원전 정책이 국민의 전기료 부담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성중(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원전 1기당 평균 정기검사 기간은 지난 2014년 87.9일, 2015년 76.9일, 2016년 106.4일 등 평균 100일 내외였으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에는 282.8일을 기록하며 3배가량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기검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2014년 85.4%, 2015년 86.5%, 2016년 80.7% 등 80%대를 유지하던 원전 가동률은 지난해엔 71.9%로 하락했으며 올해도 8월 기준 62.9%를 기록 중이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그동안 큰 문제 없이 작동하던 원전들이 일제히 문제가 많아진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활용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윤한홍(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탈원전 실험의 전초기지 격인 제주에서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931㎿)가 발생했던 지난 7월 27일 18시 신재생에너지 발전(태양광·풍력 발전)의 전력 공급량은 33㎿였다. 이는 전체 전력 수요의 3.5%에 불과한 수준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그 특성상 해가 떠 있고 바람이 부는 특정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어 ‘간헐적 전원’으로 여겨진다.

한편 미국 시사잡지 포브스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9월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 “미국, 유럽 등의 원전 건설 비용이 한국, 중국 등 원전 산업이 번성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 국가의 2배가 넘는다”고 최근 보도했다. 한국 원전 산업이 그동안 국내 원전 건설을 통해 기술 축적을 많이 한 데다 비용 절감 장점도 있는 등 전반적으로 높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이 MIT 보고서에서 간접 확인된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중국, 한국이 짓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의 경우 ㎾h당 3000∼4000달러가 소요되는 반면 미국, 유럽 등에선 ㎾h당 8000달러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 등의 높은 원전 건설 비용이 까다로운 원전 관련 규제 때문이라고 비난받지만 연구 결과 프로젝트 설계상 하자, 건설 관리 미흡, 공급망 붕괴 등 3가지가 주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중국 등은 자국 원전 건설 실적을 바탕으로 원자로 설계 기술 및 건설 역량 축적 등 강력한(경쟁력 있는) 원전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정부의 원전 단계적 폐지 방침이 한국의 원전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그 근거로 한국의 최신형 원자로인 신고리 원전 4호기가 완공 후 기술심사까지 마쳤지만 정부의 운영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1년 넘게 방치돼 있다고 보도했다.

장병철·김유진·유회경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