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北, 스위스 1.5트랙 회의
北, 주한미군 공세 수위도 높여

북한이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철폐와 한·미 동맹 해체 주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대화 국면이 펼쳐진 이후 북한은 주한미군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자제해 왔지만,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체르마트 국제회의 등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공세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1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17∼19일 스위스 체르마트에서 우리 측의 백학순 세종연구소 소장, 정연두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과 북한 외무성 당국자 4명, 미국 전·현직 당국자 등 10여 명이 참석한 반관반민(1.5트랙) 회의가 열렸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회의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가늠해 보려고 했지만, 북한 당국자들은 ‘일방적인 핵 포기는 없다’는 단호한 주장을 반복했다고 회의 참석자들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외교소식통 역시 “회의에서 북한은 핵 포기 조건으로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우산이 완전히 철폐돼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은 귀환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 등은 종전선언과 관계가 없다”고 했다는 발언을 전했다. 하지만 북한은 체르마트 회의 같은 비공개 석상에서뿐만 아니라 공식 석상을 통해서도 주한미군을 문제 삼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9일 유엔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조선반도 전쟁 시기 수십 발의 원자탄을 떨구겠다고 공갈한 적이 있는 나라이며 우리의 문턱에 끊임없이 핵 전략자산을 끌어들인 나라”라고 밝혔다. 같은 날 태형철 북한 김일성종합대 총장 겸 고등교육상은 뉴욕 컬럼비아대 연설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는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한반도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실질적인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 전체 한반도를 핵무기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이야기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따르면 핵우산을 철폐해야 하고 핵우산 사용의 결정권을 가진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하는 논리적인 구조가 성립한다”며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라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았음을 공식·비공식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영주·박준희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