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입장변화 없다” 밝혀

미국 정부는 비핵화 전 선행조치를 요구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 이행과 관련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는 북한의 밝은 미래를 언급하며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다시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가 미국과 비핵화 빅딜 때 사찰과 검증을 제한하려는 전략적 노림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국무부는 30일 리 외무상 연설과 관련한 문화일보 논평 요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FFVD와 북한을 위한 보다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과 관련된 여러 약속을 한 바 있다”며 “우리는 이 모든 약속을 이행하는 것에 관해 북한과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10월 방북을 앞두고 선(先)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나선 북한에 다시 선 비핵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무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정부 입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유엔 연설이나 헤더 나워트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밝혀왔던 것에서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 회의에서 “세계는 핵 무장한 북한을 용납할 수 없다”며 “FFVD까지 북한과 관련된 모든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엄숙하고 공통된 책임”이라고 선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나워트 대변인은 그동안 수차례 브리핑에서 “비핵화가 가장 먼저 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북한의 지속적인 종전선언 요구와 관련해 단순한 힘겨루기 차원이 아닌 향후 비핵화 사찰과 검증을 제한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에 대한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했다고 밝혔지만 이것 자체가 영변 이외 지역에 대한 사찰·검증을 막기 위한 카드이며 이를 숨기기 위해 종전선언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시선을 분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