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송영무(앞줄 왼쪽 두 번째) 국방부 장관과 로광철(〃세 번째) 북한 인민무력상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판문점선언 이행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PP) 메인프레스센터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계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 9월 평양공동선언 의미

유관국 전문가 참관 카드 제시
‘핵무기없는 한반도’ 직접 표현

‘판문점 선언’보다는 진일보
비핵화 로드맵도 첫 문서화

‘현재·과거核’ 언급 미흡 한계
‘트럼프 수용하기엔 부족’ 지적

文- 金 배석자없는 단독회담서
美 전할 ‘이면합의’ 가능성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과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드러난 ‘비핵화’ 구상은 4·27 판문점선언에 담긴 것보다 진일보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한 이행 조치가 문서로 표기된 것도 처음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핵 리스트 신고·제출’ 같은 전반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국제사회의 긍정적 반응을 얻어낼 수 있을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는 지적이 많다.

김 위원장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 영구 폐기’라는 카드를 제시했지만, 이것이 ‘미래의 핵 제거’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재의 핵 및 과거의 핵 제거에 대한 적극적 로드맵이 없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제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다라면 얻은 것이 없다”는 혹평도 나오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미·북 대화를 겨냥한 두 정상 간의 ‘은밀한 대화’나 ‘이면 합의’ 등의 존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진전된 내용 =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진전된 사항이 있다. 먼저 김 위원장이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했다”고 직접 육성(肉聲)으로 약속한 부분이다. 그간 외교가와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회담의 조건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핵 리스트를 신고하고 국제사회에 검증을 받겠다는 내용을 육성으로 밝히는 것’이라는 제언을 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김 위원장이 이날 육성으로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나름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이어 발표된 공동선언에서 ‘북측이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고 한 것도 과거보다 한 발 나아간 내용이다. 문 대통령도 모두발언에서 “남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라고 회담 내용을 평가했다.

◇구체적 조치 미흡 = 하지만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이 지난 판문점 합의보다 다소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북측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의 의지로 해석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당장 야권과 전문가 일각에서는 “핵 리스트 신고·제출과 관련한 구체적인 핵 폐기의 로드맵과 김 위원장의 공식적인 핵 포기라는 입장이 없이 추상적인 선언에서 크게 나아가지 않은 선언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선언 발표 후 양 정상이 기자들 앞에서 일문일답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김 위원장의 육성 역시 비핵화에 관한 구체적인 약속으로 보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일부 미래 핵에 대한 제거는 언급했지만, 과거의 핵, 현재의 핵 제거에 대한 구체성을 담보한 그 어떤 내용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결국 평양회담에서 이 정도밖에 합의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 국민의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하고 있다.

◇이면 합의 있었나 = 특히 ‘핵 리스트 신고·제출’을 부단히 요구해온 미측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운 남북정상회담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엄밀히 얘기하면 진전된 비핵화 조치로 보기엔 아쉬운 면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접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향후 미·북 대화를 비롯, 종전선언이나 이후 평화협정에 이르는 비핵화의 항로가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가교 역할 성격이 짙다. 즉 문 대통령이 조만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의 중재자로서 김 위원장의 복심과 계획에 대해 ‘더 정교하게’ 설명할 책임과 역할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특히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배석자 없이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공식 발표나 선언문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 이면 합의를 한 것은 없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핵 리스트 신고·제출’ 같은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 추가 조치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약속 등의 형태로 미국에 전달할 그 무엇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두 정상이 배석자 없이 단독회담을 진행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속내들을 확인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