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자녀 둔 3050 맞벌이
학군따라 이주하려던 계획 차질

계층이동 희망사다리 붕괴 여겨
강남- 非강남 격차 커질까 우려

초등학교 5학년 자녀와 맞벌이 아내를 둔 직장인 박모(43) 씨는 9·13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고민이 많아졌다.

내년 7월에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아파트의 전세 만기가 오면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 강남 지역이나 양천구 목동 아파트 전세로 이주를 계획했지만, 이번 대책으로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가 시가 3억5000만 원(경기 김포시)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인데, 10년이 넘은 직장 생활로 부인과의 ‘합산 소득도 1억 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전세자금대출이 불가능해진 영향이다. 박 씨는 “돈 없는 집 자녀들은 좋은 교육도 받으면 안 되느냐”면서 “더는 공부로 개천에서 난 용이 되긴 힘들어졌다”고 한숨 쉬었다.

17일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1주택자(부부 합산 연 소득 1억 원 초과)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공적보증이 막히면서 초·중·고 취학자녀를 둔 30∼50대 맞벌이 중산층 가구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구의 경우 사회생활이 10년 이상인 경우가 많아 부부 합산 소득도 1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생활 형편과는 상관없이 ‘고소득자’로 구분돼 전세자금대출에 제한을 받게 됐다. 좀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해 이주를 계획한 가구들은 이번 대책으로 전세자금대출이 막혀 이주가 어려워졌다. 부동산 규제가 교육 기회의 박탈에 따른 계층 사다리 와해로 이어지면서 서울 강남과 비강남, 서울과 지방 간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과열 열기에 1주택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이어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의 공적 보증도 제한했다.

부부합산소득이 1억 원을 초과하면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공적보증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남은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이 정부의 요청에 따라 보증 요건 강화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보증 요건이 강화되지 않더라도 전체 신용보증 한도가 제한돼 있어 수혜 대상은 일부에 그칠 수밖에 없다.

1주택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대출 제한이 주택 가격과 관계없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또 부모 봉양 등의 실제 사정에 따른 예외 규정이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한 40대 직장인은 “월급을 받아도 절반가량은 빚 상환하는 평범한 중산층 가구까지 규제 대상에 넣은 건 과도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는 교육 문제와 연관이 큰데 이런 부분은 전혀 고려 없이 대책이 나오면서 이번 대책에 대한 반발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