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대출에 청약까지 불리해
“투기 막으려다 실수요자 잡아”
항의 빗발… 3일만에 일부 수정

정부의 ‘9·13 부동산 시장안정대책’에 대한 1주택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1년 전의 ‘8·2 부동산 대책’과 달리 이번에는 1주택자까지 타깃을 넓혀 세금을 높이고 대출을 조이면서, 신규 주택 청약 기회까지 줄였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 급등의 원인 중 하나인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가수요를 없애겠다는 뜻으로 풀이되지만, 투기세력을 막으려다 집 한 채가 전부인 중산층 실수요자까지 잡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1주택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정부는 9·13대책 때 내놓은 청약 제도 개편안을 3일 만에 수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7일 정부 부처와 주택 업계 등에 따르면 9·13대책으로 신규주택 청약 기회가 줄어든 1주택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9·13 대책으로 1주택자들은 세 부담이 증가하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규제의 표적이 됐다.

세금의 경우 1주택자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양도세) 부담이 늘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전세자금 대출도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받기 어려워졌다. 1주택자에 대한 신규주택 물량 축소로 서울 주요지역 당첨도 어려워졌다. 8·2 대책으로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가점제 비중이 확대된 데 이어, 9·13대책으로 추첨물량마저 무주택자 우선이 됐기 때문이다. 은퇴해 고정 수입이 없는 노년층, 모아 둔 자산이 많지 않은 맞벌이 부부, 가족 수 증가나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집을 갈아타려는 가구 등이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정부는 1주택자들의 반발이 확산하자 추첨제 물량 일부를 무주택자와 유주택자가 경쟁해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리겠다고 하지만 ‘당첨 기회가 대폭 줄어든’ 1주택자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9·13대책을 바로 시행할 게 아니라 1주택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교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