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인 16일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중개사무소 밀집 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9·13 대책에 1주택자 ‘비명’

보유세 늘어 무소득 노년층 걱정
규제지역 신규주택 대출 규제에
전세자금 대출도 받기 어려워져
임대등록 혜택 대폭 축소로 비상

반발 커지자 청약추첨 찔끔 배정

‘세금 오르고 대출 묶이고, 청약 기회 줄고 임대 등록 혜택까지 축소.’

1주택자들이 ‘9·13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에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말 그대로 집 한 채 가진 것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정 수입이 없는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만 늘어난 은퇴자, 소득 제한에 걸려 대출받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 가족이 늘어남에 따라 좀 더 넓은 집으로 옮기려 했는데 청약에 제동이 걸린 가구 등이다. 항의가 거세지자 정부는 9·13대책 3일 만에 1주택자에게도 주택 신규 청약 부문의 추첨제 물량 일부를 주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17일 주택 업계에 따르면 9·13대책으로 1주택자들의 종부세가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늘었다. 정부 추정 결과 시세 약 18억 원짜리 집 한 채를 보유한 경우 내년 종부세가 올해보다 10만 원 정도 늘어난다. 당장은 현행 94만 원에서 104만 원으로 올라 부담이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재산세(추정·약 399만 원)까지 포함하면 1년에 보유세를 503만 원 내야 하고 내년 이후엔 급격히 늘어난다. 종부세 계산(〔공시가격 합산-9억 원(1주택 기준)〕×공정시장가액비율 ×종부세율)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올해 80%에서 매년 5%포인트씩 올라가 2022년엔 100%가 되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에 따라 올라가는 공시가격도 정부가 시세 반영 비율을 좀 더 높일 계획이어서 재산세(공시가격 기준으로 계산)와 종부세 부담이 함께 늘어난다.

양도소득세(양도세) 감면 혜택도 줄어든다. 실거래가가 9억 원이 넘는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 특별공제(3∼10년 보유 시 24∼80% 공제)를 2020년 1월(양도분)부터는 2년간 실제로 거주해야 적용해 주기 때문이다. 10년 가까이 보유했지만, 실거주 이력이 없는 1주택자의 경우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향후 1년 4개월 이내에 팔아야 현행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15년을 보유해야 최대 30% 공제해주는 일반 공제를 적용받는다.

1주택자에 대한 주택 관련 대출 역시 엄격해졌다. 9·13 대책으로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조정대상 지역) 내 신규 주택 구매 시 원칙적으로 대출이 금지됐다. 이사·부모 봉양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만 대출을 허용하고, ‘그 밖에 예상치 못한 경우’는 금융회사 재량에 따라 대출 승인을 결정하도록 해 은행 창구는 벌써 혼란스럽다. 전세자금대출(공적보증) 역시 1주택자는 부부 합산 1억 원까지만 가능하다. 재건축 등 일시적 이유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거나 집과 직장이 멀어 직장 부근에서 전세살이를 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도 대출받기가 쉽지 않게 됐다.

신규 주택 청약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나온 8·2 부동산대책으로 가점제 비중이 늘면서 추첨 물량이 줄었는데 9·13대책에 따라 이마저 무주택자에게 우선 배정키로 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면적 85㎡ 이하는 100% 가점제로 공급하지만, 85㎡ 초과 주택은 50%는 가점제, 나머지 50%는 추첨제로 공급한다. 1주택자도 중대형 면적대에 당첨될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조정대상 지역에서는 85㎡ 이하의 25%, 85㎡ 초과의 70%는 추첨제로 뽑아 투기과열지구에 비해 1주택자의 당첨 기회가 더 많은 상황이다.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추첨제 배정 기준을 수정하기로 했지만 8·2대책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경우 1주택자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 밖에 무주택 요건도 강화해 분양권과 입주권 소유자도 주택 소유로 간주키로 했다. 또 조정대상지역 내 1주택 이상이 새로 주택을 취득할 경우 임대 등록에 따른 혜택도 대폭 줄었다. 양도세가 중과(2주택 이상 일반세율의 10%포인트 추가, 3주택 이상 20%포인트 이상 추가)되고, 종부세 계산 시 해당 주택은 제외해 주는 인센티브도 없앴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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