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전인 오늘에야 실무회담
국민적 공감대 형성 노력 미흡
4·27땐 여야·언론사 만났는데
이번엔 원로자문단 간담회뿐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급박하게 추진되고 있는 이번 정상회담의 사전 준비가 부족하고 각계 의견 수렴 과정도 낙제점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주도로만 실행될 이번 정상회담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떨어지고 회담 결과에 따라 후폭풍만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진행된 공개적인 의견 수렴 과정은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오찬간담회가 전부다. 주말을 포함해 불과 4일 후인 18일부터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추가로 공개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벌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을 앞두고 각계각층 인사들을 만나 폭넓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 판문점 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인 3월 7일 문 대통령은 여야 5당 대표와 오찬 간담회를 하며 방북 결과를 공유하고 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어 4월 19일에는 47개 중앙언론사 사장단과 오찬간담회를 열고 남북정상회담 등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나 이번 평양 정상회담의 경우 지난 8월 13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9월 중 개최’로 합의된 후 미·북 비핵화 협상 교착, 북측의 9·9절 정권수립일 행사 등으로 실무 준비가 지지부진하며 의견 수렴 절차도 대폭 축소됐다. 특히 청와대가 ‘4·27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대북 정책에 대한 여야 간 대립의 골이 더욱 깊어져 정치권의 의견 수렴은커녕 회담 결과에 따라 대북 정책에 대한 여야 대치는 더 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의 남북 단일팀 참가 및 북측 대표단 방남, 남측 예술단의 방북 공연 등이 자연스럽게 4월 판문점 정상회담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평양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띄우는 계기가 마땅치 않아 국민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야권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 이행 비용 논란 등으로 평양 정상회담은 북한을 둘러싼 논란 확대의 씨를 안고 있는 상태”라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과속이 이번 정상회담 이후 후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