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제재 정당성 약해지고
韓美훈련엔 반대 명분 생겨
“중국측서 강력 요구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대북 특사대표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등을 통해 또다시 ‘종전선언’ 채택을 압박한 데에는 장기적 차원에서 대북 제재 완화와 한·미 동맹 약화 등을 한 번에 달성하겠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제재 ‘구멍’인 중국이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 축소를 위해 북한에 종전선언 요구를 강화하도록 부추기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특사단을 만나 “북한과 미국의 70년간의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며 “종전선언을 하면 한·미 동맹이 약화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은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일각에서 특사단에 제기할 것으로 예상한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 ‘남북 경협 전면적 확대’ 등 경제적 차원의 요구와 관련해서는 “비핵화 결정에 대한 나의 판단이 옳았다고 느낄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며 에둘러 표현하는 데 그쳤다.

북한이 최근 대북 제재 완화·해제 주장보다 ‘종전선언’에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제재 해제를 위한 명분을 마련해 경제 건설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이를 비핵화 조치의 명분으로 삼아 대내 설득에 나서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북한의 종전선언 촉구는 북한 내부의 강경 세력과 주민을 대상으로 ‘미국과의 적대 관계 종식’ ‘조선반도(한반도)의 영원한 평화와 안정’이라는 체제 선전 효과를 노린 차원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나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는 북한이 종전선언에 적극적이지 않다가 최근 들어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중국의 요구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종전선언을 하면 뭘 주겠다는 약속 없이 일단 달라는 ‘살라미 방식’인데, 일단 주고 나면 유엔사 철수·해체 주장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