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등산을 할 때는 준비운동으로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고 반드시 정해진 길을 따라 이동해야 한다. 전남 영암군 월출산 천왕봉 부근에서 탐방로를 벗어난 등산객이 굴러떨어진 0.8t가량의 바위 아래에 깔려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가을철 건강하게 산행하는 요령

골밀도 떨어지는 고령층
작은 부상도 골절로 이어져
사고땐‘RICE 요법’처치

산 정상에선 저체온증 등
심장질환자 특히 주의를

평지보다 보폭 안좁히면
장경인대증후군 부를수도

본격적인 가을 시즌으로 접어들면 국토의 64%가 산림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을 찾는다. 나뭇잎의 색이 짙어지고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산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이때는 안전사고도 급증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9∼10월 산악 사고는 전체 산악 사고의 25%에 달한다. 11월까지 포함하면 33%로 늘어난다. 산악 사고는 실족이나 추락 등 큰 부상을 입는 경우지만, 그 외에도 환절기와 산이라는 특성상 기온변화도 심해 심장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경우 심혈관에 이상이 올 수도 있다. 이창재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4일 “가을철 야외 활동은 큰 폭의 온도 차와 갑작스러운 운동량 증가로 심장에 무리가 가기 쉽다”며 “평소 동맥경화 등 성인병이 있었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과 들에 서식하는 야생진드기와 설치류로부터 감염병에 걸릴 위험도 높아지는 계절이다. 가을 산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안전한 산행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골절 부상 가장 많아 = 대부분의 등산객은 등산 사고가 설악산, 오대산 등 주로 험준한 산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주위 야산 등을 오를 때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고를 초래한다. 실제 등산 사고의 상당수(52.3%)가 야산에서 일어나는 만큼 평소 익숙한 곳을 등산할 때라도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좋다.

가장 흔한 부상은 골절이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으면 힘이 떨어져 하체가 풀리고, 이로 인해 실족이나 추락 등으로 골절을 당하기 쉽다. 특히 고령층은 유연성과 균형 감각이 떨어져 있거나 골밀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작은 부상도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골절이 발생하거나 의심될 경우에는 먼저 119를 부르고,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인 ‘RICE 요법’을 따라야 한다.

먼저 부상자를 쉬게 하고(Rest), 부상 부위에 냉찜질을 한 뒤(Ice), 압박을 가하고(Compression), 부상 부위를 심장보다 높이 올린다(Elevation). 충분한 준비 없이 무리한 산행을 하게 되면 몸의 근육이 평소보다 긴장하게 돼 각종 부상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등산 전 준비운동으로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고, 평소 기초체력을 기르는 가벼운 운동이 필요하다. 등산용 스틱을 사용해 체중을 분산해 주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가을은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다. 따뜻한 한낮에 가벼운 차림으로 산에 올랐다가 늦은 오후부터 기온이 떨어지면서 체온을 뺏기면 저체온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저체온증으로 몸의 제어력을 잃어 낙상이나 골절 등을 유발하거나 추락 등으로 조난을 당했다가 저체온증을 겪을 수도 있다. 여러 겹의 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가을은 여름보다 일몰이 이른 데다가 산의 경우 평지에 비해 해가 일찍 지는 만큼 하산 시간도 넉넉히 잡아 둔다.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중에는 심장 질환도 흔하다. 심정지 등이 발생했을 경우 최대한 빠르게 119에 신고하고 대상자를 평평한 바닥에 눕혀 응급처치를 실시해야 한다. 두 손을 위아래로 깍지를 낀 다음 환자의 가슴 정중앙을 강하고 빠르게 압박한다. 흉부 압박은 분당 최소 100회 이상의 속도로 최소 5㎝ 이상의 깊이로 눌러준다.

◇내리막길 무릎 주의 = 등산객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위험 증상이 무릎 손상이다. 오랜만에 산에 오른 이들도 하산 후에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준비 없이 산을 오르내릴 때 무릎에 큰 부담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등산 중 부상을 입고 병원을 찾는 사람 중 반월상 연골판 손상으로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반월상 연골은 허벅지뼈와 종아리뼈 사이에 있는 초승달 모양 연골로, 무릎의 충격을 완화해주고 관절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되면 초반에는 무릎이 뻣뻣하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

이광원 강북힘찬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연골판은 나이가 들면 연골 기질에 퇴행성 과정이 진행돼 탄력이 떨어지게 된다”며 “중년이 되면 연골판의 탄력이 떨어져 외상에 취약하므로 무리한 산행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병원장은 “등산 중 무릎의 하중을 줄이기 위해 천천히 자주 쉬면서 산을 오르는 것이 좋다”며 “보폭은 평지에서 걸을 때보다 좁게 하고, 리듬감 있게 걷는 방법도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보폭을 크게 하며 내리막길을 내려오면 ‘장경인대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장경인대증후군은 골반에서 정강이뼈로 바깥쪽 측면에서 길게 이어지는 장경인대와 대퇴골 사이에서 발생한 과도한 마찰로 무릎 바깥쪽에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무릎이 O자형이거나 엉덩이 근육이 발달하지 못해 무릎 바깥쪽에 체중이 많이 실리는 사람들에게 나타나기 쉽다.

◇풀숲 등의 벌레 주의 = 한상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산에서는 동물의 배설물에 노출되거나 진드기 등에 물려 전염되는 감염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며 “주로 9∼11월에 많이 발생하며 발열, 두통, 발진 등의 전신증상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질환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된다. 감염자의 혈액에 접촉해 감염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주로 발열, 피로감, 두통, 근육통, 식욕저하와 같은 감기 증상이나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나타난다. 쓰쓰가무시병도 진드기가 매개인 질환이다. 관목 숲이나 들쥐에 기생하는 털진드기의 유충이 사람을 물 때 ‘리케차’라는 병원체가 인체에 감염돼 발병한다. 초기 증상은 감기몸살과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 발진과 함께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검게 부스럼 딱지같이 변한 ‘가피’가 나타난다. 두 질환 모두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 풀숲이나 덤불 등 진드기 서식 환경에서는 긴 소매, 긴 바지, 두꺼운 신발을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풀밭에 직접 앉거나 눕지 않고, 옷도 벗어두지 않는다. 집에 돌아온 후에는 입었던 옷을 턴 뒤 세탁하고 바로 샤워한다. 벌레에 물리지 않아도 들쥐의 배설물을 통해 감염되는 유행성 출혈열, 오염된 토양이나 물 등에 의해 감염되는 렙토스피라증도 주의해야 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