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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일 문화부 부장

전남 담양의 관광 명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에서 2000원씩 입장료를 거두고 있는 게 벌써 7년째다. 산적도 아니고 지방정부가 길을 막고 돈을 걷는 것이다. 담양 주민은 무료. 입장료는 외지인에게만 거둔다. “‘징수’가 아니라 ‘갈취’처럼 느껴진다”는 일부의 비난에도, 담양군은 지금까지 입장료로만 30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

이게 정당한 일일까. 논란이 돼 온 입장료 징수의 적법성 문제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가 담양군을 상대로 메타세쿼이아 길 입장료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가로수 길은 애초에 국도 24호선의 일부 구간이었다. 국도 차량통행 증가로 2006년 인근에 확장도로가 놓였고, 비좁은 가로수 길 구간은 국도에서 빠졌다. 도로가 국도에서 제외돼 차량 통행이 뜸해지자, 가로수 길을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

담양군이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1000원이었던 입장료는, 2015년 두 배로 올라 2000원이 됐다. 국가 소유의 도로를 관리하면서 입장료를 받아 챙기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지만, 담양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담양군 측은 입장료 징수가 적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장료 징수는 지자체가 조례로 제정할 수 있으며, 가로수 길 앞에서 받는 입장료는 여러 시설을 들여놓은 유원지 ‘메타세쿼이아랜드’의 포괄적인 입장료라는 것. 반면, 담양군을 상대로 공익소송을 제기한 민변의 송창운 변호사는 지자체가 조례로 입장료를 징수하는 법률적 근거가 없어 명백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입장료 징수의 법적 정당성 문제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법이 모든 것을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설사 입장료 징수가 합법이란 판결이 나온다 해도, 가로수 길을 막고 입장료를 받는 게 옳은 일이 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법으로만 판단한다면 골목길 일부가 자신의 소유라고 말뚝을 박고서는 주민들의 통행을 막아 거액의 사용료를 요구하는 일부 지주의 행동과 뭐 다를 게 있는가. 사찰 소유의 땅을 밟고 지난다는 이유로 등산객이나 행인들에게 무차별로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 원성을 사는 일부 사찰과는 또 뭐가 다른가.

가로수 길을 걸으러 오는 관광객들은 담양에서 먹고 자면서 입장료의 몇 배가 넘는 돈을 떨어뜨리고 간다. 수익자 부담의 원칙. 길을 관리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면 가로수 길을 찾아오는 관광객들로부터 돈을 버는 이들이 추렴해서 해결하면 될 일 아닌가. 인근 관광시설 입장료를 받겠다면, 길을 막고 통합 입장료를 받을 게 아니라 시설마다 따로 입장료를 책정해서 받으면 되는 게 아닌가.

우려되는 건 안팎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입장료 징수를 밀어붙이는 이런 식의 행정을 ‘뚝심’이라고 평가하는 일부의 시선이다. 길을 막고 입장료를 받는 담양군 사례가 지자체의 혁신과 수입 확보의 성공적인 사례로 거론되기 시작한다면, 문제는 여기서만 끝나지 않는다. 이런 식이라면 경남 하동의 화개10리 벚꽃길도, 충북 청주의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도 다 돈을 내고 걸어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 그걸 생각하면 담양 관광 ‘불매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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