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전방위로 부작용을 쏟아내고 있지만, 청와대는 오류를 바로잡기는커녕 가속화 의지를 밝혀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에서 고용의 양과 질, 성장률, 전반적인 가계소득이 나아졌다면서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총론 옹호’에 이어 다음 날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각론 논증’을 시도했다. 그는 학자 출신답게 조목조목 설명한 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극히 일부분”이라며 “하반기에는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 추진에 과감하게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제 현실(現實)을 도외시한 억지다. 망가지는 큰 숲의 모습은 외면하고, 보고 싶은 작은 나무 몇 그루만 본 결과다. 7월 취업자가 5000명 늘긴 했으나 통상 30만 명 안팎인 것에 비하면 60분의 1이다. 정규직화 종용에도 상용근로자 수는 연초 30만 명대에서 20만 명대로 떨어졌다. 고용률은 분모가 되는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가만있어도 늘게 돼 있지만, 7월 0.2%포인트 내려갔다. 문 대통령은 정작 소득주도 성장의 수혜자여야 할 취약계층인 임시·일용직이 7월에만 23만 명 이상 급감한 사실은 피해갔다. 전체 가계소득은 형편이 나은 4·5분위(상위 40%) 증가분이 반영돼 늘었지만, 1분위(하위 20%)에선 1·2분기 8%와 7.6% 연속 감소했다. 최근엔 3분위인 중산층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선 판이다. 양극화 고통을 문 정부가 더 키워놓고, 그 발단인 소득주도 성장을 계속하겠다는 것 아닌가. 장 실장이 “최근 지표는 오히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한 대목에 이르면 말문이 막힌다. 인과관계를 뒤집어 책임 소재를 흐리는 궤변이다.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서, 거리로 나선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복잡한 수치가 아니라도 서민 생활 현장에 나가보면 금방 체감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경제 당국자들마저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거시경제 석학인 로버트 배로 미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적으로 정말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오류를 인정할 때 올바른 출구가 열린다. 여기서 밀리면 정치적 손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는 결코 독선과 오기로 지탱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