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6675명 설문조사
68% “기록 삭제하지 말아야”
교육감협의회는 ‘기재 반대’

교육부가 ‘가해 학생 선도조치 학생부 기재범위 논의’ ‘학교폭력 학교장 자체 종결제’ 등의 정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초·중·고생의 88%는 ‘학생부에 가해 학생 선도조치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학생들의 68.1%는 ‘학교폭력 기록을 삭제해선 안 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9월부터 학교폭력 정책숙려제를 통해 추진하려는 정책 방향과 교육 현장의 여론이 불일치하는 상황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푸른나무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전국 초·중·고교생 66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해 지난 6월 공개한 ‘2017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연구, 예방 및 대책 실태’에 따르면, 응답자의 88.5%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 선도조치 학생생활기록부 기재 필요성’에 대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필요 없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9.9%, ‘모름·무응답’으로 응답한 학생은 1.6%에 그쳤다.

‘가해 학생 선도조치 기록 방안·보존 여부’에 대해선 학생의 68.1%는 ‘삭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으며, 뒤이어 ‘일부 조치만 졸업 시 즉시 삭제한다’는 응답이 16.2%, ‘졸업 이전에 삭제한다’는 답은 7.7%에 달했다. 이를 학교급별로 구분했을 때 ‘삭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고등학교(74.0%), 중학교(71.2%), 초등학교(63.2%) 순으로 많았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법적 소송, 치료비 요구 등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은 학교보다는 외부 역할자의 도움을 더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5.3%는 ‘교육청·교육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뒤이어 ‘중재전문기관 및 외부 전문가’(23.2%), ‘학부모’(22.0%), ‘자치위원회’(16.2%), ‘선생님’(11.6%) 순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3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학교폭력을 저지른 가해 학생이 받은 징계 처분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을 개정하자는 내용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이는 지나친 엄벌주의로 가해 학생에게 처분이 내려지면 학생·학부모가 재심을 요구하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학교가 분쟁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와 함께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 대해 학교장의 재량권 확대도 요구했으나, 정작 교실에 있는 다수 학생의 의견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