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안희정 무죄 등 반발
靑 게시판·해시태그로 항의
주말 대규모 집회 예고 비상

비서 김지은(33)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던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가 선고된 뒤 여성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16일까지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을 비판하는 글이 50건 이상 게재됐다. 이날 한 시민은 ‘안희정 무죄 판결은 한국 인권의 사망 선고’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 국민이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권력자와 비(非)권력자의 관계에 대한 대한민국 현실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선 해시태그(# 표시 뒤에 특정 단어를 쓰면 관련 글을 모아서 볼 수 있는 기능)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김지은을 지지합니다’라는 해시태그로 400건 가까이 되는 사진과 글들이 올라왔다. ‘#안희정은 유죄다’ ‘#안희정이 무죄면 사법부는 유죄다’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들도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외에도 국회의원의 SNS 등에선 ‘부동의 간음죄’를 신설하라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재판부가 “내심에는 반(反)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성폭력 처벌 체계 하에선 안 전 지사의 행위가 처벌되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부분에 대한 조치를 마련하라는 요구다.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로 경찰은 당황하는 기색이다. 경찰의 편파수사 논란을 빚은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불법촬영(몰래카메라)사건으로 안모(여·25) 씨가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과 맞물려 파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음란물 유포와 같은 수사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경찰 내부에선 취임 후 연일 ‘여성’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여온 민갑룡 경찰청장의 노력이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 청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 신설방침을 밝히며 “여성이 불법 피해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성찰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찰은 ‘미투(Me Too)운동과 함께하는 시민운동’이 25일 열릴 예정이었던 집회를 18일로 앞당겨 진행하기로 하면서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민운동 측은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 내자’라는 이름의 집회를 예고했다. 이에 SNS에선 수많은 지지자가 관련 글을 공유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와는 규모나 내용 면에서 차원이 다른 집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안전하고 평화롭게 집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