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硏,입원땐 비용 수십배↑
“조기치료 골든타임 준수해야”

마트 캐셔로 일하는 박모(여·45) 씨는 요즘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다. 평소 골다공증을 앓던 70세 된 친정어머니가 한 달 전에 화장실에서 넘어지면서 고관절이 골절돼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비가 600만 원 가까이 나왔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요양병원으로 옮긴 후 한 달에 300만 원이 넘는 돈이 더 나왔다. 박 씨는 “골다공증을 적절히 치료했더라면 타박상에 그쳤을 낙상이 골절로 이어졌고 어머니도 나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우리나라 65세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노인 환자 방치 문제가 건강보험재정 파탄까지 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치료 비용이 급증하면서 개인, 사회, 국가 부담으로까지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학계에 따르면 고령사회에 진입한 지 1년이 됐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노인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고령사회 중 최대 현안이 바로 노인 질환에 대한 사회적 비용 증가다. 건강보험연구원은 2060년 노인 진료비가 지금보다 19.7배 늘어난 39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57%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건강보험 누적적립금(20조 원)보다 19.5배나 많은 수치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날 수밖에 없는 수치다. 노인질환은 일단 한번 눕기만 하면 비용이 급증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은 약물 치료 비용이 연간 26만 원 선이며, 주사로 치료해도 연간 40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허술히 관리해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하면 연간치료 비용이 평균 900만 원으로 불어난다. 뇌졸중도 마찬가지다. 신정호 대한골대사학회 대외협력이사(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고령사회의 노인 만성질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점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구집단의 생명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대한 보건 과제”라고 말했다. 신 이사는 “국가와 사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인 만성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해 골다공증성 골절과 같은 중증 질환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