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농산물 가격 급등 기록적인 폭염에 가뭄까지 겹쳐 수박 등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상인들이 경매가 이뤄진 수박들을 옮기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과수원, 농작물 피해 ‘비상’

“농약 · 비료값 1500만원 날려”
장성단감도 덜 여물어 큰 걱정
문경사과 햇빛에 허옇게 변해

폭염으로 단감, 사과, 수박 등이 햇볕에 검붉게 타들어 간 농촌 들녘에선 농심도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한 해 농사 결실을 앞둔 농민에게 올 폭염은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15일 ‘황토 단감’으로 유명한 전남 장성군 남면 녹진리, 분향리 일대 단감 재배 농민들은 한숨 섞인 하소연을 쏟아냈다. 이 일대 3만㎡에서 단감 농사를 짓고 있는 조정래(53) 씨는 “햇볕에 데여 못쓰게 된 단감들이 수두룩하다”며 “올해 초 냉해 여파로 일부 열매가 기형이 되는 피해를 봤는데 폭염으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종일 햇볕에 노출된 나뭇가지에 달린 단감들에선 햇볕에 탄 자국인 검붉은 점들이 뚜렷하게 보였다. 조 씨는 “이곳에서 18년 단감 농사를 지었지만 열매가 햇볕에 타는 피해를 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햇볕에 탄 열매는 버리면 된다지만, 폭염으로 인해 열매가 전반적으로 여물지 않은 것이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매출을 예년의 절반 이하로 예상한 그는 “가을 수확 때는 단체나 기관들이 봉사활동을 와서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장성의 단감 피해 면적은 35㏊로 전남 도내 전체 61㏊의 절반을 넘는다. 전남에선 단감을 비롯해 사과, 인삼 등 271㏊가 폭염 피해를 봤다.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면적이 1143㏊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북에서는 특히 사과·수박 농사에 비상이 걸렸다. 영주시 문수면에서 30년 넘게 수박 농사(1만6000㎡)를 짓고 있는 우모(65) 씨는 올해 폭염으로 수박을 단 한 통도 수확하지 못했다. 우 씨는 “폭염으로 수박이 모두 썩었다”며 “이런 경우는 수박 농사를 지은 이후 처음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인으로부터 총 수확량의 절반인 1500만 원을 계약금으로 먼저 받고 수박을 출하하기로 했으나 수포로 돌아가는 바람에 계약금도 되돌려줬다. 그는 자신의 인건비는 고사하고 농약·비료·씨앗 값 등으로 1500만 원을 날렸다. 영주의 수박 피해면적은 15일 현재 160㏊로 도내 전체 190㏊의 84%에 달한다.

사과 주산지 중의 한 곳인 경북 문경시도 마찬가지다. 문경시 문경읍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전모(61) 씨는 1만5000㎡ 규모의 과수원 곳곳에서 사과가 뜨거운 햇볕으로 허옇게 데여 결국 썩는 피해를 봤다. 그는 “한낮에 기온만 높다 보니 사과 피해가 갈수록 늘었다”며 “추석 무렵 출하하는 홍로 품종(면적 3300㎡)의 피해가 심해 추석 대목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문경지역 사과 피해는 194㏊로 도내 전체 510㏊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장성=정우천 기자 sunshine@

문경=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