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철도협력 등 美협조 필수
제재 안 풀리면 민간참여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거론하며 남북 경협 추진을 강조했지만, 미국이 비핵화 전까지 대북 압박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의 경협 사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미국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민간 자본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쉽지 않아 경협 추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대북 전문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남북 경협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박지광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 철도 협력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실현 가능한지는 미지수”라며 “철도 협력 같은 사업은 미국과 유엔 등의 외교적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또 “이런 외교적 협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 등 민간 자본의 참여도 기대할 수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는 대북 투자 및 합작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다만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인프라 사업’에 한해선 제재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북한에 있어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인프라 사업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비핵화 협상 교착’으로 인해 대북 제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미국과의 협의가 선결돼야 한다.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미 간의 비핵화 대화를 촉진하는 주도적인 노력도 함께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남북 경협의 청사진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최근 각종 선전 매체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얽매이지 않고 남북 경협을 추진하라는 북한의 주장과 결부될 수 있어 주변국의 우려를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남북 관계와 미·북 관계는 같이 간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