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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주류 기호 다양화 원인
지난해 총 1억9090만㎘ 생산
2016년 비해 0.1% 줄어들어

베트남 15%·필리핀 7% 늘어
개발도상국선 생산 증가 경향

주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전 세계 맥주 생산량이 4년 연속 줄어들어 세계 맥주회사들이 비상에 걸렸다. 1980년대부터 증가 추세이던 맥주 생산량은 지난 2014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데 이어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맥주는 서방 선진국에서는 소비량이 줄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증가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지(時事)통신은 10일 일본 맥주회사 기린 홀딩스가 세계 171개국 맥주회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세계 맥주 생산량은 1억9090만㎘로 2016년에 비해 0.1% 줄었으며, 이 같은 감소 추세는 4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린 홀딩스 조사에 따르면 세계 최대 맥주 생산국인 중국의 지난해 생산량은 2016년에 비해 3.9% 감소한 3970만㎘로 나타났으며,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맥주를 생산하는 미국도 2.6% 감소했다. 반면 맥주 생산량 세계 3위인 브라질은 5.0% 증가한 1400만㎘를 생산했다. 이들 세 나라의 생산량은 전 세계 맥주의 40%를 차지했다. 한국의 지난해 맥주 생산량은 전년도와 같은 200만㎘로 21위를 기록했으며, 일본은 2.1% 감소한 524만㎘로 7위를 차지했다.

조사를 맡은 기린 홀딩스는 세계 주류 소비자들이 맥주 외에도 다양한 주류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위스키나 탄산이 들어간 주류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규제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맥주에 대한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주의 소비량 감소에는 ‘맥주를 마시면 배가 나온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맥주 생산량 증감 현상은 대륙별로 뚜렷이 나뉘어 아시아와 유럽, 북미 대륙은 감소 추세를 보인 반면 중남미와 아프리카, 중동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베트남과 필리핀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15.4%와 7.9% 증가해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생산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베트남은 지난 2007년 생산량이 세계 25위에 불과했지만 10년간 209% 상승해 9위로 올라섰다. 맥주회사들은 세련된 이미지의 광고를 선보이고 있지만, 선진국 소비가 줄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상태다.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위기감을 느낀 세계 주요 맥주회사들은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일본의 대기업 아사히그룹 홀딩스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아사히그룹 홀딩스는 지난해 자국 내 판매량이 1989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2016년부터 필스너 우르켈 등 동유럽 맥주회사들을 인수해 해외 판매를 높인 덕분에 순이익은 50% 늘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