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재 업체 절반 집중
6월 부도율 전국평균의 4.5배
수주절벽에 최저임금 직격탄

경남 지역 조선 기자재 하청업체들이 조선 경기 악화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직격탄을 맞으며 부도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내몰리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불황과 경영환경 악화라는 ‘쌍끌이 타격’을 받아 지역 경제가 흔들리는 대표적인 지역이 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경남에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들이 자리 잡으면서 우리나라 전체 조선 기자재 하청업체 1600여 개 중 절반인 800여 개 업체가 창원과 함안, 양산, 김해 등 주변 지역에 입주, 협력업체로 부품 등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시작된 조선 수주 절벽에다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이에 따른 기존 근로자들의 반발까지 겹치면서 부도가 나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 한국은행의 지역별 어음 부도율을 보면 지난 2016년 6월 전국평균이 0.21%일 때 경남은 0.24%로 비슷했으나, 지난해 6월에는 각각 0.28%, 0.38%로 격차가 커졌다. 올해 6월에는 각각 0.14%와 0.63%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올해 6월 어음 부도율은 중소 산업계 전반의 불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지엠 등 자동차 부품업체가 밀집해 있는 광주는 1.82%, 제조업체가 제일 많은 경기는 0.86%로 전국 1, 2위를 차지했다.

함안에서 선박용 엔진 프레임 박스 등을 제조하던 A 업체의 경우 지난 3월 부도가 나면서 상호지급보증을 했던 다른 계열사까지 부도 처리됐다. 또 창원에서 해양플랜트 기자재를 주력사업으로 하던 B 업체는 정부에서 세계 일류상품 인증서를 받을 만큼 강소기업이었지만, 지난 6월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C 업체도 2014년 매출액 1300억 원에 순익 45억 원을 달성할 정도로 견실했으나 지난해 매출액 957억 원에 4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양산에서 조선 기자재 제조업을 하는 한 업체 대표는 “회사가 2년 연속 30억 원의 적자를 냈는데도, 최저임금은 계속 올라 결국 부도 처리로 내몰리게 됐다”며 “이렇게 되면 근로자도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남 지역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 등의 요인으로 제도 금융권이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며 “법정관리 등에 들어가기 전에 제도권 내에서 워크아웃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림 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