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기업 은행대출 벽 높아져
올들어서만 14조원 이상 증가
10% 고금리… 부실확대 우려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영세 중소기업의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기준 비은행금융기관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 규모인 128조 원을 넘어섰다. 비은행권 대출은 은행권보다 연 금리가 높아 상환부담이 큰데, 하반기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상환부담은 더 가중돼 중소기업 부실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비은행금융기관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128조3130억 원으로 전월(125조544억 원)보다 3조2586억 원(2.61%) 증가했다. 이는 1년 전보다 37.56%(35조357억 원) 늘어난 것으로 올해 1∼5월 증가액만 14조4122억 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 비은행권 중소기업대출이 급증하는 것은 시중은행의 대출심사 강화 여파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대출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비은행권 기업대출이 은행권보다 고금리라는 점이다. 5월 저축은행 기업대출 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금리는 연 11.02%로 예금은행 기업대출 금리(3.45%)의 3배가 넘는다. 그만큼 대출상환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중소기업은 전체의 44.1%였다. 10개 중소기업 중 4개 이상이 영업이익으로는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올해 하반기에도 금리를 두 차례가량 올릴 것으로 보이고 한은도 이에 맞춰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어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중소기업의 대출상환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부실에 따른 폐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대출 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중소기업 폐업위험도 역시 7.0∼10.6% 상승한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비은행권 대출이 많은 중소기업은 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시중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