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사찰 문건 작성’혐의
PC서 파일 2만여개 삭제

임종헌·박병대 등 곧 소환
김기춘 前실장은 내일 불러
법원·朴정권 전방위 조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가 법관 사찰 의혹 등의 문건을 작성한 창원지법 마산지원 김모(42) 부장판사를 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부장판사 소환을 시작으로 윗선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검찰은 차례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을 소환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김 부장판사에 대한 소환 조사는 윗선 수사의 신호탄”이라며 “박 전 처장과 임 전 차장, 이 전 위원에 대한 소환 조사는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내 소환 조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 소환에 앞서 김 부장판사 후임으로 행정처에서 근무한 임모 전 기획1심의관도 두 차례 이상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법원행정처 기획1·2심의관으로 근무하면서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칼럼을 기고한 판사를 뒷조사한 ‘차○○ 판사 게시글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 문건을 작성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 내 모임과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선거 동향을 파악하거나 긴급조치 배상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깬 법관의 징계를 추진하는 문건을 다수 작성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를 대상으로 의혹 문건들을 누구의 지시를 받아 작성했고 어디까지 보고했는지, 불법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캐물었다. 김 부장판사가 인사이동 당일인 지난해 2월 20일 오전 자신이 쓰던 법원행정처 PC에서 문서파일 2만4500개를 삭제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3일에는 공용물손상 등 혐의를 받는 김 부장판사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김 부장판사는 현재 재판에서 배제된 상태다. 김 부장판사는 오전 9시 50분쯤 검찰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판사 뒷조사 문건 작성은 누구의 지시였나’‘파일 삭제는 본인 판단이었나’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또 검찰은 박근혜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계 인사 명단(문화계 블랙리스트)을 작성해 정부 지원을 배제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상고심 진행 중 구속 기간 만료로 지난 6일 풀려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일제 징용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개입 의혹과 관련해 9일 공개 소환 조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다.

조태열 주(駐)유엔 대사, 김인철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 등에게도 소환 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부에서 “무리한 소환”이라는 지적이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해 조 대사와 김 소장에 대한 소환은 비공개로 진행할 방침이다.

정유진·이정우·김리안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