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국제사회의 CVID 노력 지지”

中베이징 경유 오늘 오전 도착
‘韓외교 만나나’ 질문에 무응답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를 방문하면서 두 사람의 회동 여부가 주목된다. 미국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남북 협력 및 종전선언 논의에 비중을 둔 남북 외교 수장들이 싱가포르에서 한목소리를 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런 가운데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2개 준회원국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3일 외교부 및 싱가포르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중국 베이징(北京)을 경유해 이날 오전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오전 7시쯤 북한 대표단 숙소인 싱가포르 시내의 한 호텔에 도착한 리 외무상은 ‘강경화 장관과 만날 예정이냐’는 등 각국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리 외무상은 4일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의 일환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 종전선언 추진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한편 중국, 러시아, 아세안 회원국 외교장관들과 양자회담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리 외무상과 함께 지난해 8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한 뒤 북한 주재 외국 대사들에게 관련 설명회를 열었던 박정학 외무성 아시아 2국장도 싱가포르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이 한국의 강 장관과도 남북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한국 측은 리 외무상이 싱가포르 현지에 도착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북한과 남북 회담 개최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4일 현지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할 예정이지만, 아직 북한과의 회담 일정은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없는 상태다. 지난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양측의 비핵화 협상이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가운데 북한은 조기 종전선언 촉구에 나섰고 미국은 비핵화 리스트 제출을 압박하는 상황인 만큼 이번 싱가포르에서는 미·북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아세안 10개 회원국 및 2개 준회원국 외교장관은 2일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비핵화 완결과 추가 핵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자제 약속을 환영한다”며 “CVID를 위한 모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