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전승훈 기자 jeon@

- 통계청 6월 산업활동동향

산업생산도 설비투자도 ‘-’
재정투입에도 충격적 성적

경기선행지수 5개월째 하락
동행지수도 3개월연속 내려

경제 하강기조 전환세 뚜렷
성장률 2.9% 어려울 가능성

통계청이 31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2018년 6월)은 우리나라 경기가 하강 기조로 전환할 조짐이 뚜렷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통해 많은 돈을 쓴 상황에서 나온 ‘성적표’라 더욱 충격적이다.

올해 6월 전월 대비 전(全)산업 생산(-0.7%), 설비투자(-5.9%), 건설 기성(-4.8%) 등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6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6%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 긍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증가율 자체가 낮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올해 소매판매 증가율은 4월(-0.9%)과 5월(-1.1%)에는 마이너스였다가 6월 소폭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6월 경기 관련 지표 중에서 소매판매 증가율을 제외하고는 긍정적인 지표를 찾기 어렵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5%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했고, 제조업 재고율(제조업 출하지수에 대한 재고지수의 비율)도 111.5%로 전월 대비 2.9%포인트 높아졌다.

요컨대, 기업이 투자도 하지 않고, 생산도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건이 안 팔려서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 불길한 징조는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지표가 일제히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경기를 예측해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전월 대비 수치는 올해 2월부터 5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거나 보합(0)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5월 전월과 비교한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월에 발표할 때는 -0.1포인트였지만, 이번 달에 수치를 보정(補正)하는 과정에서 0.0포인트로 바뀌었다. 올해 4월, 5월, 6월 수치는 여전히 잠정치이기 때문에 추후 바뀔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수치를 어떻게 바꾸더라도 경기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 대비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기 상황을 가장 종합적으로 나타내주는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전월 대비 수치가 몇 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간다는 것은 현재의 경기와 향후 경기가 악화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다.

통계청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 전환점’으로 판단한다. 경기가 상승 추세에서 하강 추세로 바뀐다는 의미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 전환 신호가 나왔냐는 질문에 “경제 지표가 나올 때 유심히 모니터링(점검)하고 있다”며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도 경기 하강 전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6월 산업활동동향은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내놓은 2.9% 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가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한다고 해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성장률이 상당 부분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내수 경기가 나빠 국민의 ‘체감 경기’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가 악화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경기를 누르면서 건설 기성액(전체 공사 대금 중에서 공사의 진척도에 따라 실제로 받은 돈), 건설 수주액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에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전년 대비 14.0%나 감소시키면서 자원 배분을 급격히 줄인 것의 영향도 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정부가 웬만한 대책을 내놔서는 추락하는 경기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