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 보이콧·장외투쟁 대신
기무사·北석탄 밀반입 논란에
국정조사 등 원내투쟁에 주력

對與비판 초점도 이념서 탈피
민생·경제·안보 등 분야에서
구체적 정책 난맥상에 맞추기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한국당의 대여 투쟁 기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습관적으로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에 나서던 과거와 달리 원내 투쟁을 강화하는 한편 대여 비판의 초점도 이념 중심에서 민생·경제 및 안보 분야의 구체적인 정책 난맥상에 맞추는 모습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가 안보를 지키는 군조직이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검토 문건’을 둘러싸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 간부 간 진실공방을 벌이는 등) 콩가루 같은 행태로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는데, 이것이 문재인 정부의 군대냐”며 “한국당은 국회 청문회를 통해 기무사 문건 작성 경위를 명확히 추궁하고 발본색원해 관련 책임자를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기무사 문건뿐 아니라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에 대해서도 국정조사를 통해 반드시 명확히 밝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26일) 김선수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한국당 패싱’ 우려가 현실화했음에도 한국당이 장외 투쟁이 아닌 청문회와 국정조사라는 원내 투쟁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이례적이다. 다당제 구도에서 제1야당인 한국당의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다른 야당이 전부 여당에 동조하는 상황에서는 한국당 홀로 강력 투쟁을 이어가 봤자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많지 않다”며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헌법 개정이나 선거구제 개편 등을 매개로 야권 공조 틀을 공고히 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여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을 견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최근 메시지가 보여주듯 한국당은 경제·민생 이슈를 집중 공략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정을 부각한다는 방침이다. ‘주사파 정부’라는 식의 이념적 공세를 펴던 데서 벗어나 구체적인 민생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날 회의실 백보드도 ‘탈원전 STOP,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STEP BY STEP’이라는 글귀로 교체했다. 김 원내대표는 “소비도 수출도 위축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지금의 경제 현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문재인 정부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병철·이은지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