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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같고 얼굴은 다르게
상대방에 전송해 사기 시도
위조업체 활개 범죄 부추겨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해 현금을 가로채던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현직 검사의 가짜 공무원증까지 내거는 등 지능화하고 있다. SNS 등 인터넷을 통해 신분증을 쉽게 위조할 수 있어 이 같은 사기 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김모(여·25) 씨는 지난달 26일 자신을 ‘서울중앙지검 이모 검사’라고 소개하는 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김 씨가 대포통장 사기 사건에 연루됐으니 예금 전액을 인출해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건네야 한다고 김 씨를 속였다. 특히 이 남성은 자신의 신분과 소속이 표기된 공무원증 사진을 김 씨에게 보여주며 믿음을 샀다. 김 씨는 현금을 들고 약속 장소로 향하다가 도착 직전 서울중앙지검에 전화해 이 검사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 검사가 실제로 근무하기는 하지만 해당 사건번호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고, 금융감독원에 추가로 확인해 피해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김 씨는 26일 “아이와 단둘이 살아가며 모은 돈 전부인데, 한순간에 모두 잃을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 씨를 속이려던 남성은 카카오톡 배경 사진에 검찰 액자가 걸린 사무실, 이 검사 명의의 공무원증 사진을 걸어뒀다. 프로필 사진에는 검찰 조직도를 올렸다. 서울중앙지검에는 같은 이름의 검사가 근무했지만 보이스피싱을 시도한 남성이 제시한 공무원증의 사진은 실제 이 검사의 얼굴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A(여·32) 씨는 같은 수법에 속아 수천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 5월 대포통장 사기에 연루됐다는 전화를 받고 서울역에서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는 남성을 만나 5840만 원을 건넸다. A 씨를 속인 남성 역시 진짜 같은 가짜 금감원 직원신분증을 보여줬다. A 씨는 “일반인이 생각하기엔 실제 신분증과 똑같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짜 신분증이 사기 범죄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신분증 위조·판매에 대한 단속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검색엔진과 SNS에 ‘신분증’ ‘면허증’ ‘공무원증’ 등을 검색하면 각종 신분증을 조작해 준다는 위조업자들의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위조업자는 “선(先)제작 후(後)결제 방식으로, 실제 신분증과 전혀 다를 바 없다”며 “당일 제작해 당일 배송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분증 위조가 쉬운 데다 일반 시민은 진위를 구별할 방법이 없어 피해 예방이 어렵다”며 “사칭 대상이 되는 검찰 등이 자체적으로 위조를 막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