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법 개편안 토론회

“규제대응 비용에 허덕이다
외국 투기자본에 속수무책
기업생존 위협당할 가능성”

“경쟁제한적 기업결합규제외
시장집중 억제책은 부적절”

공정거래위원회 자문기구인 ‘공정거래법 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의 공정거래법 개편안에 대한 우려가 전방위로 제기됐다. 기업집단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규제에 나서는 나라가 없고, 규제 대응 비용이 발생해 외국 투기자본에 의해 국내 대기업 경영권이 위협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토론회’에서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국내총생산(GDP)의 0.5%로 하는 특위 방안에 대해 “GDP 기준으로 할 경우, 31개에서 39개로 규제 대상 집단이 늘어난다”며 “집중 문제를 경쟁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맞지 않고, 기업집단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는 GDP 기준이 아닌, 고정 자산총액(자산 10조 원 이상)을 기준으로 대기업집단을 지정해 규제하고 있다.

주 교수는 이어 시장집중도가 높은 선진국을 제시하며, “시장집중도가 높다고 나쁜 게 아니며, 낮다고 좋은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시장집중도를 보여주는 허핀달·허쉬만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가 0.14이고, 캐나다 0.5, 호주 0.17, 일본·네덜란드 0.1이다.

그는 대기업 계열 금융·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비(非)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및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안에 대해서도 “부당거래나 가격담합 등 부당공동행위가 아닌 한 경쟁 제한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경쟁 제한성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를 경쟁법으로 규율하는 나라가 없다”고 꼬집었다.

주 교수는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 규제를 제외한 나머지 인위적 시장집중 억제책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도 “주주에게 의결권은 재산권의 일종이며, 그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또 “기업집단 전체의 이익이라는 ‘시너지’ 등을 고려해 이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문제점을 예방하는 방향의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주회사 자회사 및 손자회사 지분율을 20%에서 30%로 상향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기업의 상당한 투자 재원을 봉쇄시킨다”며 “지주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은 당연한데, 이를 문제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사익편취 규제 적용 대상 확대와 관련해서도 “‘규제 대응 비용’이 발생해 외국 투기자본의 유입 및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대한상의는 개편안에 대한 학계 및 경제계 견해를 담아 다음 달 정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