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폭염에 손님 끊긴 전통시장 올 들어 가장 무더웠던 24일, 경북 영천시 완산동 전통시장의 많은 상가가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 펄펄 끓는 경북지역 둘러보니…

시장상인 “장사된다면 거짓말”
대구 공장들은 가동률 떨어져
가축 폐사… 바다 양식장 비상

“죽을 맛입니더. 사람들이 숨쉬기조차 힘들어서 꼼짝도 하지 않는데, 장사가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예.”

24일 오후 경북 영천시 신녕면 왕복 2차선 도로. 휴가철만 되면 인근 계곡으로 향하는 차량으로 꽉 막혔으나 이날은 한산했다. 주변 가게 주인들은 “폭염이 장사를 망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한 슈퍼마켓 주인은 “너무 무더워 피서객이 오히려 줄어들어 평소보다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한 노인회관 앞에서 만난 황모(여·77) 씨는 “서울에 사는 아들과 손주들이 휴가를 맞아 이번 주말 계곡에서 같이 지내자며 연락이 왔으나 거절했다”며 “무더위에 오느라 지치고 와도 펄펄 끓는데, 무슨 피서냐”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폭염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되고 있다. 농산물과 양식 수산물이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경제활동마저 활력이 떨어지고 있어 폭염에 따른 경제 한파가 몰아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신녕면은 올 들어 전국 최고기온인 40.3도를 찍었다. 인접 경산시 하양읍은 39.9도였다. 이들 지역의 기온은 비록 자동기상관측장비(AWS)로 측정돼 비공식 기록이지만 대구 못지않게 폭염으로 악명이 높다.

이어 찾아간 인근 영천시 완산동과 하양읍 전통시장은 개점 휴업 상태였다. 도로변에 깔렸던 노점은 모두 사라졌고 상가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주민 김모(45·영천시 완산동) 씨는 “짓무르거나 시들기 쉬운 상추 등 대부분 채소는 아예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며 “그나마 구매한 열무는 이달 초 한 단에 2000원이었으나 요즘은 5000원으로 폭등하고 크기도 작아졌다”고 말했다. 하양읍 전통시장 한 상인은 “손님들이 노점 채소를 외면해 자두, 복숭아 등 과일 판매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리는 대구는 공장 조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 달서구 성서공단 관계자는 “폭염으로 상당수 기업이 조업을 줄여 전반적으로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오래된 공장 위주로 더위를 나는 데 열약해 걱정된다”고 말했다. 성서공단에는 30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경산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자동차업계 경기 침체로 지역 자동차부품업체의 수주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폭염의 영향까지 받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폭염으로 인해 닭, 돼지 등 폐사한 가축은 25일 오전 9시 현재 217만7000여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0만8000마리에 비해 이미 20%나 증가한 가운데 고수온에 적조까지 출현한 바다 양식장도 비상이 걸렸다. 전남에서는 돌돔 8만 마리가 죽는 등 가두리양식장 물고기 집단 폐사가 현실화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조피볼락, 강도다리 등 고수온에 취약한 어종이 있는 해역에서는 현장 지도를 철저하게 하고 적조 출연 해역 양식장은 먹이 공급 중단과 야간 산소발생기 가동 등 피해 예방에 전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천 = 글·사진 박천학 기자 kobbla@,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