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수준 예보 자랑했지만
실제 수요는 전망치 훌쩍 넘어
중·장기 수급계획 수정 불가피

전력거래소의 일일 전력수요 전망이 이상하다. 연일 최대전력수요가 경신되고 있지만, 거래소는 다음 날 수요를 전혀 맞히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보다 전망 요소들의 변동성이 커져 정부의 중·장기 전력수급계획의 수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전력거래소는 이날 최대전력수요를 9300만㎾로 잡았다. 예비력은 630만㎾이고, 예비율은 6.8%다. 전날 전망치 9070만㎾보다 무려 230만㎾나 늘려 잡았다. 전력거래소는 전날 전망치를 9070만㎾로 잡고 오후 4∼5시경 최대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오후 1시쯤에 9170만㎾를 훌쩍 넘어섰다. 기상청의 ‘거짓말쟁이 일기예보’를 탓하듯 사람들도 거래소의 전망 능력에 대해 의심을 품을 정도에 이르렀다.

정부에서도 우리나라의 전력거래소가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전력거래소조차 수급 전망이 어려울 정도다. 전망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졌다는 얘기다. 예년엔 기온 1도에 70만∼80만㎾ 정도의 전력수요 변동이 있었다면 최근엔 150만∼200만㎾까지 늘었다. 기온에 따른 수요 변동성이 커진 것이다. 기상청의 여름 기온 예측도 불확실하다. 이상고온 현상이 장기화할 우려에 대해서 기상청도 제대로 답변하기 어렵다. 사용량이 안정적인 산업용 전력수요에 비해 변동성이 큰 냉방 수요가 늘어났다는 점 역시 전망치 작성의 애로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단기 수요 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장기 전력수급계획은 더욱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력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상기온 현상과 같은 변수를 적극적으로 수급계획 작성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탈원전’과 같은 방향이 수급을 좌우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탈원전 정책의 명분을 쌓기 위해 전력수요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상기온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를 이젠 상수로 두고 수요예측을 해야 한다”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에서는 온실가스 저감 등 당면 과제를 고려해 원전 등 기저발전의 활용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