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들어 설치↑… 800여곳
에너지 저장장치 高溫에 취약
태양광 발전 ESS도 과열에 불

연일 35도 안팎의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 설치된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ESS는 생산된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한 후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전송하는 설비로 고온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SS 전력은 실시간으로 송전하는 신재생에너지 가격에 비해 5배 정도 비싸게 판매(REC)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설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ESS는 현재 전국 800여 곳에 설치돼 있지만, 잇달아 화재가 발생하며 화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전국 자치단체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1시 4분쯤 경남 거창군 신원면 과정리 감악산에 있는 거창풍력발전소 ESS에서 검은 연기가 나면서 불이 나 축전실(ESS저장실)을 모두 태워 40억 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최초 신고자인 거창풍력발전소 직원은 “축전실에서 폭발음과 CCTV에서 경고음이 들려 119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이 풍력단지는 민간투자 500억 원이 투입돼 높이 80m, 직경 90m의 2㎿ 7기로 구성됐으며 지난 2016년 12월 전체 시설이 준공됐다. 지난 6월 2일에는 전남 영암군 금정면 활성산 풍력발전소 ESS에서 불이 나 수십억 원의 피해가 났다. 경찰은 축전설비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ESS 화재는 태양광발전소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2일 전남 해남군 송지면 한 태양광발전소 ESS에서 불이 나 축전기 306대가 훼손돼 4억500만 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고, 지난달 15일 19MWh 규모의 새만금 햇빛누리태양광발전소 ESS에서도 과도한 에너지 저장에 따른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났다. 또 지난 5월에는 한전 경산변전소 ESS에서 불이 났으며 지난해 8월에는 전북 고창 전력연구원 전력시험센터 ESS가 소실됐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군산지사 관계자는 “에너지저장장치가 가동될 경우 고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제어하는 에어컨 등이 고장 날 경우 화재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거창=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