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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요예측 실패로 수급 불안
올여름 原電 5개 늘려 19기 가동

“脫원전 위해 전력수요 축소했나”
국회 ‘허술한 정부 계획’ 질타

때 이른 시점에 역대급 폭염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며 수급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원전을 풀가동하는 등 수급 우려를 불식시키려 하지만 ‘탈(脫)원전’ 정책을 위해 전력 수급 상황을 너무 낙관한 것에 대한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3일 정부는 올해 여름 전력 최대수요(8830만㎾)가 애초 예상 시기보다 보름 정도 앞당겨진 이번 주중 경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하계전력수급전망을 통해 8월 2~3주 전력 수요가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계속된 폭염으로 이 같은 정부의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비록 예년보다 이른 폭염 영향이긴 하지만 정부가 전력 수급 상황을 너무 낙관한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 연말 정부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때부터 전력수요를 너무 낮게 잡았기 때문이다. 8차 계획에서 정부는 2018년 하계 최대전력수요를 8750만㎾로 전망했다. 2017년 전력 최대수요가 8459만㎾였던 점과 전력 수요가 증가 추세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를 더 높게 잡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다. 정부가 수요전망을 낮게 책정한 것을 두고 탈원전 정책 추진을 위해 전력수요 전망을 낮게 잡아 원전·화전 등 기저발전의 설비 감축을 성급하게 유도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전력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용한 원전을 최대한 가동할 뜻을 밝혔다. 현재 정지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를 전력피크 기간(8월 2∼3주) 이전에 재가동하는 한편,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의 계획예방정비를 미뤘다. 최근 정비를 마치고 가동을 시작한 한울 4호기까지 포함해 전력피크 기간 내 총 5개 원전을 더 가동하게 된다. 정부는 지난 겨울 14기에 불과했던 원전 가동을 올여름엔 19기까지 늘린다.

정부는 또 수요감축요청(DR) 카드도 급할 경우 꺼낼 전망이다. DR는 기업이 피크시간에 전기 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보상해 주는 제도다. 현재 DR에 참여 중인 기업이 요청에 응하면 최대 400만㎾의 수요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DR카드를 쓰기엔 산업부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지난 겨울 잦은 DR 발동으로 탈원전 정책에 따른 에너지수급 불안을 기업에 떠넘긴다는 지적이 일자 올해는 발동 요건을 ‘예비력이 1000만㎾ 이하로 떨어지고, 수요가 8830만㎾를 초과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로 제한했다. 현 상황으론 조만간 발령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전력수급 불안이 확대되자 국회에서도 정부의 허술한 수요예측을 질타하며 이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