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아침부터 31도 절기상 대서(大暑)인 23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온도계가 31도를 나타내고 있다. 기상청은 “고온 상태가 장기간 지속돼 열사병과 탈진 등 온열 질환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 111년 만의 더위에 停電 사태

中 향하는 태풍 탓 구름대 유입
복사냉각 차단돼 찜통 만들어
최소 2주 더 폭염·열대야 지속

전국 곳곳서 전기 끊겨 아우성
낡은 아파트 단전예고에 한숨

서울과 강릉 등 주요 도시들에서 아침 최저기온이 가장 높았던 이유는 중국 장쑤(江蘇)성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태풍 ‘암필’에 동반된 구름대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낮 동안 쌓여 있던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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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어제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 높게 오른 가운데 태풍에 동반된 구름대가 유입되면서 ‘복사냉각’이 차단돼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지 못하고 높게 형성됐다”며 “현재 전국에 폭염 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일부 해안과 산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4~7도 높은 35도 이상으로 오르면서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겠다”고 말했다. 복사냉각은 낮 동안 쌓아뒀던 태양복사에너지를 밤사이 방출하며 지표면의 온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태풍 ‘암필’의 영향으로 지난 22일 대구 등 남부 지역에서는 더위가 다소 누그러졌다. 태풍이 보낸 수증기가 남부 지역에 구름을 형성하면서 낮에 햇빛을 막아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낮에 효자 역할을 한 구름이 밤과 아침에는 오히려 열기를 가둬 수면을 취해야 할 시간에 곳곳을 찜통으로 만들었다. 또한 낮에는 구름 효과를 보지 못한 서울의 경우 이날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1907년 기상청이 서울에서 관측을 시작한 이래 기온이 가장 높았던 1994년 7월 24일(38.4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제는 앞으로도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된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8월 초까지 비 예보가 없어 앞으로 최소 2주간은 더 한반도가 펄펄 끓어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정전사고도 속출했다. 22일 오후 6시 30분쯤 인천 계양구 작전동 한 아파트 단지 내 변압기가 고장 나 이곳 아파트 840가구가 무더위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앞서 21일 오후 10시 10분쯤에는 광주 남구 봉선동 한 아파트에서도 정전사고가 발생해 764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비슷한 시간대 부산 신호동 주택가 일대에서도 변압기 과부하로 200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가 4시간여 만에 복구됐다.

21일 오후 5시쯤에는 경기 고양시 중산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정전사고가 발생했으며, 파주시 와동동 900여 가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기가 끊겨 승강기에 주민이 갇히기도 했다. 한국전력은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변압기에 과부하가 걸려 정전사고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변압기가 오래돼 동별로 차례대로 단전을 예고해 전력 공급을 끊는 등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 속에서 시민들의 불편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해완·지건태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