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사용할 국산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의 지난 17일 사고(事故) 순간을 담은 동영상은 충격적이다. 이륙과 거의 동시에 헬기의 메인 로터(주회전 날개)가 축과 함께 통째로 떨어져 나갔고, 날개 없는 동체는 추락해 처참하게 파괴됐다. 이로 인해 유능한 조종사 등 해병대원 5명이 목숨을 잃었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런 유형의 사고는 장난감 헬기라고 하더라도 일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황당한 일이다. 어떤 무기라도 완벽할 수는 없고, 예측하지 못한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 보더라도 용납될 수 없는 인재(人災)다.

우선, 이번 사고는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관으로 정기 정비를 받고, 확인 비행에 나섰다가 일어났다. 사고 직전에 로터 부분에서 소음과 진동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통째로 떨어져 나갈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런 정비를 믿고 훈련과 전투에 나설 순 없다. 엄중한 조사와 문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마린온의 기본 모델인 수리온에 대해 여러 차례 결함이 지적됐기 때문에 완벽한 보완이 선행됐어야 했다. 비상착륙·추락 사고가 2015년에 3차례, 지난해에 한 차례 있었다. 원조 모델인 ‘슈퍼 퓨마’는 2009년 스코틀랜드, 2016년 노르웨이에서 추락했다. 더욱이 마린온은 이런 수리온의 날개를 접을 수 있게 개량한 것이다. 고속 회전 때문에 날개 하중과 모양에 미세한 차이만 있어도 큰 사고로 연결된다. 설계 및 기체 결함, 정비·부품 불량은 물론 마린온으로의 개조까지 전 과정이 제대로 진행됐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전 정권과 현 정권에 걸쳐 KAI 사장 임명을 놓고 낙하산 시비가 이어졌는데, 그와 관련된 문제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 반응은 엉뚱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수리온 헬기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 점을 국방부에서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군 당국의 마린온 사고 회견도 취소됐다. 이런 움직임은 수리온 수출 계약을 앞둔 시점임을 고려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더라도 그래선 안 된다. 가장 먼저 순직 장병·부상자에 대한 애도와 유가족 위로, 그 다음으로 철저하고 성역 없는 조사 및 문책을 천명하는 게 옳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대응한다고 상대국이 모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