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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우승

마지막날 그린적중률 94%
보기없이 ‘완벽한 플레이’
두둑한 배짱·장타력 강점

“2년전 27언더 기록 넘어서
내 인생의 꿈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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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25)이 세계골프 역사에 의미 있는 이정표를 남겼다. 김세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72홀 역대 최저타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세웠고, 세계 남녀 골프대회 ‘72홀 대회 최다 언더파’ 타이기록도 작성했다.

김세영은 9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오나이다의 손베리 크리크(파72)에서 열린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총상금 200만 달러) 4라운드에서 7타를 줄여 합계 31언더파 257타로 1년 2개월 만에 정상에 올랐다. 김세영은 LPGA 투어 사상 처음으로 30언더파를 넘겨 정상에 올랐다.

김세영은 이미 3라운드까지 8타 앞선 선두를 달려 우승을 ‘예약’했다. 그리고 팬들의 관심은 기록 경신에 쏠렸다.

마지막 날 빨간 바지를 입고 나온 김세영은 1번 홀(파4) 버디를 시작으로 5, 6번 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추가하며 27언더파로 치솟았다. 김세영은 이어 9번 홀(파5)에서 4번째 버디로 LPGA투어 최다언더파 기록을 세웠다.

김세영의 상승세는 후반에도 이어져 대기록 달성 전망을 밝혔다. 첫 홀 10번(파4) 버디에 이어 12번 홀(파3)과 15번 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해 31언더파가 되면서 최저타, 최다 언더파 기록을 모두 고쳐 썼다. 13번 홀(파5)에서 2온 후 이글 기회를 얻었지만 첫 퍼트가 2m가량 지나치는 바람에 버디 퍼트마저 놓친 게 유일한 흠이었다. 김세영은 이날 퍼트 수가 31개로 앞선 3개 라운드(28-27-29)보다 많았으나 그린 적중률 94.4%에 이르는 빼어난 샷 감각을 앞세워 보기 없이 깔끔한 경기를 펼쳤다.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2라운드 컷 오프는 4언더파로 78명이 3라운드에 진출했고, 공동 77위로 꼴찌인 샤이엔 우즈와 제니퍼 한(이상 미국)의 스코어는 합계 2언더파 286타였다.

김세영의 경기력은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서 독보적이었다. 1라운드에서 9타를 줄인 김세영은 2라운드 65타, 3라운드 64타에 이어 최종 라운드에서도 65타를 챙겼다. 4라운드를 펼치면서 이글은 1개, 버디는 무려 31개를 낚았다. 반면 더블 보기는 1개에 그쳤고, 보기는 1개도 남기지 않았다. 김세영은 특히 그린 적중률이 4라운드 합계 93%(67/72)에 달했다. 72홀 중 그린을 놓친 건 단 5차례. 아이언샷 감각이 신들린 수준이었다.

김세영은 또 평균 274.88야드를 유지한 드라이브 비거리를 앞세워 공격적인 장타를 뽐냈고, 평균 퍼트 수는 28.75개로 안정적이었다.

앞서 올 시즌 14개 대회에서 톱 10에 2차례만 올랐지만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에서 김세영은 ‘신들린 샷’을 계속 팬들에게 선사했다. 김세영은 우승 직후 “어렸을 때 애니카 소렌스탐의 경기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엄청난 기록을 세우게 돼 영광”이라며 “기록을 신경 쓰지 않고 ‘보기만 남기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김세영은 또 “대회를 마치고 소렌스탐의 기록과 동타였다는 걸 알았다”면서 “내 인생의 꿈이 달성됐다”고 밝혔다. 김세영은 다시 한 번 꿈을 강조했다. 김세영은 “2년 전 세운 72홀 최저타 타이기록을 넘어서다니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꿈이 이뤄졌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김세영은 이어 “지난주 대회(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부진한 뒤 유튜브 동영상을 분석하고 나를 믿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릴렉스한 상태에서 플레이하는 게 어떤 것인가를 터득하게 됐고 그것이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5승을 거둔 뒤 2015년 LPGA투어에서 김효주(23), 장하나(26) 등을 제치고 생애 한 번밖에 없는 신인왕이 됐다. 그리고 3년 뒤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김세영은 한국에서 활동할 때에도 극적인 우승을 자주 연출했다. 프로 3년 차였던 2013년 롯데마트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당시 김세영은 마지막 18번 홀에서 이글을 낚으며 우승컵을 품었다. 같은 해 열린 한화금융클래식 최종 라운드 17번 홀(파3)에서는 홀인원을 작성하며 역전 우승을 거뒀다. 그래서 김세영에겐 ‘빨간 바지의 마법’ ‘역전의 여왕’ ‘기적의 샷’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손베리 크리크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도 김세영은 빨간 바지를 입었다.

김세영은 두둑한 배짱을 지녔고 또 장타력이 뛰어나다. 김세영은 어린 시절 태권도를 익혔고 공인 3단이다. 태권도로 단련된 단단한 하체 덕분에 키(163㎝)가 작지만 장타를 펑펑 날리며 이로 인해 버디, 이글 등의 기회를 자주 잡는다. 김세영은 “이번 주에 나 자신을 믿었다”며 “엄청난 한 주를 보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지난주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박성현(25)에 이어 2주 연속 우승 소식을 전했다. 올해 LPGA 투어 19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7승을 합작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