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현장 점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일 오전 경기 부천시에 있는 한 사업장을 방문해 근로시간 단축이 본격 시행된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처벌유예놓고 당정청 엇박자
주무부처 고용부 ‘강경’ 입장
계도 중에도 법적 처벌 시사
탄력근로 기간 확대도 반대

‘근로시간단축 여파 임금감소’
267개 사업장중 142곳 달해

“쓸 돈 없다면 여가 무슨 의미”
靑게시판에 문제점 보완 요구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2일 본격 시행됐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의 ‘저녁이 있는 삶’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 현장은 임금 감소를 경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대책 마련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점도 문제다. 향후 6개월간 처벌 유예 방식, 탄력근로제 시행방안을 놓고 총리실, 고용노동부, 더불어민주당이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부랴부랴 추진된 정책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이유다.

◇현장, “빈곤한 저녁은 싫다” =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보여주기식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이는 대신 문제점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중소기업 생산직 근로자는 “업무량은 과거와 같은데 최대 근로시간을 넘으면 안 되니 퇴근 시간에 맞춰 퇴근한 듯 출입증을 찍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은 일대로 하고 월급은 깎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일용직 근로자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일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급여가 감소한다”며 “여가에 쓸 돈이 없다면 근로시간 단축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걱정해온 임금감소는 이미 현실화됐다. 한국노총이 1일 발표한 산하조직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67개 응답 사업장 중 53.2%(142개)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 감소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임금 감소가 발생한 사업장 중 300인 이상이 사업장이 58.5%(83개), 300인 미만 사업장이 41.5%(59개)로 조사됐다. 근로시간 단축을 보완하기 위한 추가·신규 채용 계획이 있는 사업장은 38.2%(102개)에 그쳤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임금감소 대책을 마련한 사업장이 많지 않아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청 엇박자가 현장 혼란 가중= 정부와 여당 내에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놓고 의견이 충돌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6개월간의 계도 기간을 달라는 경영계 건의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경제부처 중심으로 이 문제를 협의해달라고 지시했다. 이후 당·정·청은 시행 초기 6개월간을 처벌 유예와 계도기간으로 두겠다고 합의했다. 문제는 주무부처인 고용부였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근로감독 조사 결과 법 위반 적발 시,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검찰에 고발하는 등 법적 처벌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도기간 중에도 법 위반이 발생하면 얼마든지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한 고용부는 임금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 그때마다 개선안을 검토한다는 ‘느긋한 입장’이어서 현장의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김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완책으로 일이 몰리는 기간에 근로시간을 늘리고 일이 적은 기간에는 줄여 평균을 주 52시간 이내로 맞추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 확대에도 반대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경영계의 요구에 따라 단위 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살피고 있다. 그러나 김 장관은 “단위 기간을 늘리면 근로시간 단축이 의미 없다”며 노동단체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어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