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일정 규정 미흡’한목소리
노조 ‘임금감소분 보전’ 주장
올 勞使 임단협 난항 겪을 듯

대기업 사전준비…혼란 적어

‘주 52시간 근로 시대’가 본격 개막했지만 애초 우려대로 산업현장은 지침 등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준비가 끝난 대기업보다는 300인 이상 중견기업들 중심으로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제 시행에 따른 ‘가이드북’을 발표했음에도 산업현장에서는 근무 시간 인정 여부에 대한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유사한 상황이라도 회사 사정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정부 지침이 오히려 혼돈을 불러오는 모양새다. 회식 시간의 근로시간 인정 여부, 거래처와의 점심 약속에 따른 이동시간의 근로시간 인정 여부, 해외 출장에서의 근로시간 계산 산정 방식 등 수 많은 사례에 관한 규정이 모호해 혼란이 커지고 있다.

중견기업의 한 관계자는 “거래처와의 미팅이나 식사 자리 등 주로 외부 일정에 관한 규정이 여전히 미흡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직원들은 무엇보다 임금 삭감과 인력 충원 문제에 대한 걱정이 더 크다. 직원 350명인 한 동파이프 생산업체 관계자는 “최근 113명의 신규 인력을 뽑았는데,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유예된 300인 이하 사업장으로 이직하고 지금은 3명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유는 급여 감소 때문이다. 이 업체 임원은 “주 52 시간제를 적용하니 직원 평균 월급이 25% 줄어드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며 “금액으로는 평균 100만 원 정도”라고 밝혔다.

생산직만 290여 명인 제조업체 관계자는 “420명은 돼야 하루 8시간 3교대가 가능한데, 사람이 나가는 상황에서 인력 고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조들은 벌써 근로 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분을 보전해야 한다며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벼르고 있고, 기업은 이 문제로 인해 올해 임단협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고용 인력을 늘린 사업장들도 고민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공장에서 가동인력을 맞추기 위해 수십 명의 생산직 인력을 고용했는데, 여름 성수기가 지나고 비수기가 되면 유휴 인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기업들의 경우 큰 혼란은 없어 보인다. 지난 1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임금 하락 없이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일선 현장에서 별다른 혼란은 없다”고 말했다.

임대환·김윤림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