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서두르면 요리 나빠져”
‘일괄타결’ 사실상 폐기 모양새
그레이엄 의원도 “시한 없어야”
폼페이오, 내주 訪北 후속협상

켈리·매티스 금명사퇴說 돌아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7일 북핵 협상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내놓았던 ‘빠른 비핵화’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비핵화 검증에 따른 물리적 시간 소요를 감안한 현실론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에 또다시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노스다코타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6·12 미·북 정상회담’ 성공을 홍보하면서 “(비핵화를)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요리가 되고 있고, 여러분이 아주 만족할 것이지만 서두르면 안 된다”면서 “더 서두를수록 나쁘고, 더 오래 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와 함께 표면적으로는 “빨리 움직이고 싶다”고 밝히고 있지만, 2020년 대선 전까지 실질적 비핵화를 완료한다는 ‘일괄타결식’ 초단기 비핵화는 사실상 폐기됐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대북 군사적 행동을 주장했던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기회는 미·북 간 군사갈등을 피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면서 “이 과정이 평화롭고 성공적이길 바라지만 마감 시한을 딱히 정해두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북이 비핵화 검증을 둘러싸고 장기전에 들어가면 북한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임기가 없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면서 부실한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당장 다음 주로 전망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제3차 방북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불협화음과 이에 따른 인적개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대북정책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겪으면서 올여름 백악관을 떠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7월 11∼12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을 비판하는 현재 입장을 고수한다면 사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