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경제성 분석 자료
상당부분 ‘블라인드’ 처리
‘짜맞추기 평가’ 의혹 키워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폐쇄 결정과 관련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짜 맞추기’ 의혹을 키우고 있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경제성 분석 내용을 국회에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한수원 관계자들은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지난 15일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수원 측은 월성 1호기의 자체 경제적 타당성 평가와 이를 검토한 회계법인의 내용을 의원과 관계자들에게 공개했다. 하지만 내용 공개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수원은 의원들의 요구에도 경제성 평가 자료의 상당 부분을 ‘블라인드’ 처리하고 구두로만 설명했다. 한수원은 평가 내용 중 발전원가 등을 외부에 공개할 경우 원전 경쟁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제성의 경우 한수원은 전체 매출액에서 연료비와 기타재료비, 구입전력비, 핵연료처분비 등을 빼는 형식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이 과정에서 향후 원전 생산 전력의 판매단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가정했다는 게 복수의 의원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래 전력 수요가 어떻게 될지 불분명함에도 판매단가 하락을 가정해 매출액을 낮게 잡았기 때문에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수원이 의도적으로 경제성을 낮췄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이사회가 월성 1호기의 폐쇄를 결정한 직후 열린 경영현안설명회에서 한수원은 지난 2009년에 실시한 경제성 검토와 달리 “최근의 경제성 검토에서 비용이 늘어난 이유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에 따른 안전조치 강화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원전의 이용률도 50%대까지 떨어져 손익분기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폐쇄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수원은 국회 설명 과정에서 월성 1호기의 적자 발생 요인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영업비밀을 이유로 비공개 원칙만을 고수했다.

한수원이 자료의 상당 부분을 공개하지 않는 것 역시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9년 에너지 전문가 집단인 전력분석원에서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과 관련한 경제성을 평가했을 때도 발전소 운영비용 등 발전원가와 관련한 부분만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한수원 내부에서 ‘짜 맞추기’ 경제성 평가를 하고 형식적으로 회계법인에 검토를 진행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자중기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한수원 경영비밀과 무관하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부분조차 비공개 원칙을 이유로 버텼다”며 “한수원 스스로 월성 1호기 폐쇄에 대해 불투명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 국정감사에서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