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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직화구이 등 불만 급증
일부선 호르몬 영향 유해물질
동네 주민이 살해 위협하기도

인천선 저감장치 비용 半 지원
아직 설치한 업소 한곳도 없어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주말,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전을 앞두고 특수를 누린 동네 치킨집에 주문과 함께 민원도 폭주했다. 초저녁부터 밀려든 주문에 치킨집 주변은 온통 닭튀김 냄새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인천 남구의 한 숯불 바비큐 치킨집 주인이 동네 이웃에게 살해 위협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치킨집 배기구에서 나오는 연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26일 환경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도심 생활악취 관련 민원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악취방지법이 개정된 지난 2015년 말 기준으로 2722건에 달했다. 전년도 2318건에 비해 404건(17.4%) 늘었다. 이 중 음식점에서 발생한 생활악취 민원은 314건(11.5%)으로 하수구에서 발생한 민원 180건(6.6%)보다 많았다. 당시 환경부는 이 같은 이유에서 악취방지법을 개정, 지자체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음식점 생활악취방지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지난해에는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이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주택가 직화구이 음식점 10곳의 배기구를 무작위로 조사해 생활악취 피해의 심각성을 알렸다. 조사 결과, 이들 음식점 배기구에서 주변 공기보다 최소 5배에서 최고 3000배에 달하는 복합악취물질이 검출됐다. 이 중에는 호르몬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휘발성 유기화학물질(아세트알데하이드)이 공장지대 기준치(0.1PPM)의 10배를 초과한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일반 오염물질 배출업소와 같은 행정조치는 없었다.

이 때문에 시는 음식점 냄새와 연기를 줄일 수 있는 저감장치(전기집진기 등)를 설치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해 올해부터 설치비의 50%를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설치한 업소는 한 곳도 없다. 2000만~3000만 원하는 저감장치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업소의 경우 음식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와 연기를 ‘손님 끌기’ 수단으로 여겨 웬만한 민원은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인천 남구청 관계자는 “창문을 열어놓고 지내는 여름철에는 음식점 냄새와 연기로 민원이 끊이지 않지만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달 들어 벌써 4건의 음식점 악취 민원이 발생한 경남 창원시의 경우 주택으로 향한 배기구 방향을 돌려놓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임종환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빵을 굽거나 커피를 볶는 냄새도 특정인에게 심리적 정신적 고통이 될 수 있다”며 “음식점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냄새와 연기는 감각공해 물질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