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4월에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깜짝 발표를 했다. 중국의 수도권 미세먼지가 32% 감소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감소 수치도 놀랍지만 아직도 매일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우리로서는 믿기 힘든 소식이다. 실제로 베이징(北京)의 공기는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사실 베이징의 공기는 10년 전쯤이 가장 나빴고 그 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는 중국 때문이라는 확신이 있는데 이건 어이없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는 중국의 변화를 직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언론도 이러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중국의 수도권은 징진지(京津冀)라고 하는 베이징, 톈진(天津)과 허베이(河北)를 가리킨다. 경기도 면적이 아닌 한반도 정도의 넓이다. 이 거대 면적의 공기 질이 좋아졌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외 지역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통해 공기 질을 개선하고 있다. 심지어 서부지역 시안(西安)에는 주변 10㎢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고 하는 대형 공기청정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높이 60m의 거대한 건물인데 태양광으로 작동하며 그 운행 결과에도 만족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이 공기청정기를 견학하는 등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최근 몇 년간 중국발 황사가 줄어들었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실제로 인천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봄철 황사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봄철 황사의 근원지인 중국 사막에서 발생하는 황사가 점차 감소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급격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지만 중국 사막의 총면적이 감소한 것이 좀 더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중국의 사막화는 1980∼1990년대에 급속도로 진행됐다. 당시 중국은 국토의 18%가 사막으로 변했다고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웠으나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지금은 막을 내렸지만 인기 프로였던 ‘무한도전’에서 중국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는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을 정도로 국내외의 노력이 뒤따랐었다.

지난한 노력의 결과 2000년대 중반 이후 사막화 속도는 현저하게 감소했고 지금은 축소되고 있다고 한다. 사막이 감소했다는 사실은 황사가 생겨날 여지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사족을 붙이자면, 황사의 감소를 마냥 좋아할 수 있을까? 황사의 감소는 바다 생명체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황사는 바다 생물에게 부족한 유기물과 영양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하라 사막의 모래폭풍이 남미 농사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지구에는 나름의 질서가 있다.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환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법이다.

우리의 인식과는 달리 청정에너지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풍력, 태양력 등의 방면에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차량 2부제 등 강력한 정책과 과감한 투자로 환경문제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필자도 2000년대 중반만 해도 환경 때문에 중국이 망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인민들의 아우성 속에 정부가 각성해 국면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경제발전과 환경보호는 함께 하기 힘든 노선과 같다. 그런데도 중국은 과감하게 칼을 빼 들었다. 내심 부러운 대목이다.

한양대 인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