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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민자 ‘부모-자녀 공동수용’ 행정명령에 서명

이방카 “그만 끝내야 한다”
아버지 적극 설득하고 나서
멜라니아도 “가슴으로 통치”
한달여 만에 이례적 후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토록 한 정책을 시행 한 달 만에 철회하고 가족을 함께 수용하도록 방침을 변경했다. ‘비인도적 잔인한 정책’이라는 국내외 지적이 쏟아지자 평소의 성향과 달리 일단 고집을 꺾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오후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함께 수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이번) 행정명령은 가족들을 함께 있도록 하는 데 관한 것”이라며 “가족들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불법 이민자들의 재판 진행 중 동행한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토록 하는 정책은 5월 초 시행된 지 한 달여 만에 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받던 뉴욕타임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그동안 각종 정책에서 비판 여론을 아랑곳하지 않던 기존 행보에 비춰보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전일만 해도 그는 미국자영업연맹 행사에서 “불법 입국하는 부모를 기소하려면 자녀를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외 언론을 통해 격리 수용된 아동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보도되고 야당, 국제사회는 물론 ‘우군’인 공화당과 자신의 가족들까지 정책 철회를 종용하자 입장을 급선회했다. 18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는 몸수색 당하는 어머니 옆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2세 여자아이 사진이 메인을 장식하며 여론의 공분을 샀다. 아동 수용시설에서 철조망과 맨바닥에 절연이불도 제대로 덮지 못한 채 잠든 아이들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이례적으로 “가슴으로 통치할 때도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고 딸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도 “그만 끝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나섰다. 또 하원은 20일 불법 이민자와 자녀를 함께 수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새 이민법안을 21일 표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동 격리 수용을 제외한 다른 이민 관련 의제에서는 기존 ‘무관용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계속 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하지 않고 용인하지 않는 사람, 범죄 등이 들끓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들은 지난 18일 오하이오주 샐럼에 있는 한 육류가공 공장을 급습해 공장에서 일하던 불법체류자 146명을 체포·연행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일 체포작전 연행자로는 최대 규모였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