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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철 여행사 횡포 잇달아

현지 도착하니 “추가비용 내라”
귀국 후 여행사에 따지면 뒷짐
옵션 강요에 예정 관광지 누락
가이드는 “유적 모르니 묻지마”

취소·환불 등 해외여행 분쟁↑
피해자 접수 5년새 2배 육박
위약금 특약 있는지 살펴보고
지나치게 저렴한 상품 피해야

A(여·62) 씨는 지난 1일 지인들과 함께 한국 여행사 단체 상품을 통해 홍콩에 갔다가 예상치 못하게 현지에서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홍콩에서 현지 가이드는 중국 본토인 선전(深)에 가는 코스에서 중국 비자 발급을 위한 수수료 추가 부담을 요구했다.

중국에 오랫동안 거주한 바 있는 A 씨는 올해 연말까지인 중국 비자가 있었기 때문에 비자 발급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으나 현지 가이드는 “그런 사례는 없다”며 막무가내로 중국 비자를 구입할 것을 요구했다. 자신 때문에 일행들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A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

가이드는 “그럼 일단 돈을 내고 귀국한 뒤 본사와 얘기해서 해결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귀국 후 한국 여행사 본사는 “사전에 중국 비자가 있었음을 밝히지도 않았고 현지에서 본인이 판단한 것이 아니냐”면서 책임을 미루는 바람에 결국 환불받지 못했다.

B(여·27) 씨는 지난해 11월 지인과 함께 베트남 패키지 관광상품을 구입했다. 현지에서 일정을 시작하면서 가이드는 자신은 “실질적으로 가이드도 아니고, 가이드라고 해도 해설사가 아니고 안내원이니 베트남의 역사적인 얘기와 유적지에 관한 얘기를 묻지 말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가이드는 옵션상품을 강요하며 여행 일정에 안내돼 있던 관광지를 누락하고 선택관광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B 씨는 모처럼 간 여행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귀국한 뒤 B 씨는 여행일정 누락 및 옵션상품 강요, 가이드의 불성실에 대해 여행사 측에 불만을 접수하고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자 여행사 측은 가이드가 중간 역할을 잘못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누락된 일정 대신 옵션상품으로 대체 진행한 것으로 확인돼 보상을 해 줄 수 없다며 가이드 비용(1인당 50달러씩 총 100달러)에 대해서는 환불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C(70) 씨는 지난해 가을 일행들과 함께 태국 크루즈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여행일정에 안내돼 있던 크루즈 선상뷔페는 나오지 않았고 숙소도 당초 안내된 것에 비해 크게 수준이 떨어지는 호텔에 묵게 됐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여행사들은 해외 여행상품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해외 여행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거나 여행 상품에 대한 변경이나 환불 조치 등에 있어서 문제가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위의 사례처럼 현지에 도착해 가이드의 불성실이나 추가 비용 부담 요구, 쇼핑 강요 등은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여행 상품의 취소나 환불과 관련한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D(42) 씨는 지난해 11월 여행사를 통해 연말에 일본에 가는 여행상품을 구입했다.

12월 1일에 여행 일자 변경 또는 취소를 요청했더니 사업자는 항공권이 이미 발권되었다며 1인당 취소수수료 8만 원을 부과했다. 개인 사정으로 여행상품을 취소하는 경우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에 가까운 위약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처럼 해외 여행과 관련한 분쟁이 늘면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소비자 피해 구제 접수 건수는 지난 2013년 541건에서 2014년 706건, 2015년 759건, 2016년 860건, 지난해인 2017년 958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228건으로 올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여행상품을 선택할 때 지나치게 가격이 저렴한 상품보다는 일정 구성과 숙소, 옵션 등 여행사별 상품 정보의 종합적인 비교를 꼼꼼히 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특약사항이 있는 여행 계약은 예약해제 시 과다한 위약금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사전에 특약 내용을 잘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최근에는 60세 이상의 고령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여행 전이나 여행지에서 건강상의 문제로 일정을 중단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사전에 여행자가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데 무리가 없는 상태인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지에서 방문한 쇼핑센터에서 충동구매를 자제하고 물품을 구입한 경우 환급절차가 명시된 서류나 영수증, 품질 보증서 등을 반드시 보관해야 추후 있을 분쟁에 대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