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손 맞잡은 黨·政·靑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회의에 앞서 이낙연(오른쪽 여섯 번째) 국무총리와 추미애(이 총리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이춘석 사무총장, 이 총리, 추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한병도 정무수석, 반장식 일자리수석. 김호웅 기자 diverkim@

- 근로시간단축 처벌 6개월 유예

現 경제 정책의 한계로 인한
소득악화·취업난 등 문제 인정

소득주도성장 논란 인정 발언
정책 추진방식 변화 예고 해석

政·靑인사 국회로 불러 진행해
黨의 적극적인 역할 의지 표명

20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6개월 계도 기간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논란을 인정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정청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큰 틀은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현 경제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을 인정하고 정책 추진 방식 등에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 ‘J노믹스’의 노선 변경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 모두 발언에서 경총이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 계도 기간을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충정의 제안”이라고 말했다. 경총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비판을 들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는 정책에 대한 경제계의 비판도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소득주도 성장 노선과 관련해 논란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홍 원내대표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국민의 동의나 지지를 위해서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해야 된다는 반성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했다”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전제로 한 발언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소득 악화와 실업난 등을 초래한 것과 관련해 속도 조절 등 향후 소득주도 성장 정책 추진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1년간 어떤 부분에선 의미 있는 성과를 냈지만 안타깝게도 정부의 노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한 곳도 많다”고 인정하며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인층, 저소득층 일용직과 단시간 노동자 그리고 실업 상태에 있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보완해 시행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정책으로 핵심적으로 피해를 본 계층이 생겼다는 통계를 인정하고, 보완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6·13 지방선거’ 직후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 2기’로 규정하면서 유능한 일 처리를 강조한 가운데 이날 고위 당정청 인사들의 발언은 정책의 당위성만을 주장하지 않고, 현실적 제약이나 문제점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날 당정청회의가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을 국회로 부른 형식으로 진행되고, 당에서 주요 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전달하고 앞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밝힌 것도 주목된다. 당장은 당정청 모두 소득주도 성장 등의 큰 방향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밝히고 있지만, 향후 계속해서 비판이 제기된다면 근본적인 노선 재설정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