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영어로 인사

12일 역사적인 미·북 정상의 첫 만남 장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악수로 시작됐다.

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는 공격적인 악수 습관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12초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중간중간 흔들며 악수를 나눴으며 왼손으로 김 위원장의 팔을 살짝 치며 인사말을 건넸다. 김 위원장은 인민복 차림으로 옅은 미소를 띤 채 트럼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과 헤어질 때 3번의 포옹 및 볼을 맞대 화제가 된 바 있으나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는 포옹 대신 악수만 나눴다.

이날 오전 9시 4분 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은 성조기와 인공기가 걸린 회담 기념촬영장 왼편에서 등장했다. 오른편에서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자 함께 손을 내밀어 두 정상은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12초 동안 김 위원장의 손을 놓지 않고 흔들며 인사말을 나눴고 김 위원장은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외교에서 공격적인 악수 방법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습관이 있었지만 이날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당시 무려 19초 동안이나 아베 총리의 손을 흔들고 당기고 툭툭 두들기며 놓아주지 않는가 하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만남에서도 악수를 하며 손등을 토닥거려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처음 만났을 때 모두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눴지만 문 대통령과는 헤어질 때 3차례 힘차게 끌어안고 볼을 맞대는 포옹을 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싱가포르 도착 이후 이날도 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해 진한 붉은색 넥타이와 흰색 와이셔츠에 정장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의 패션과 대조적이었다.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임을 강조할 수 있는 양복 대신 사회주의 국가의 예복에 해당하는 인민복을 선택한 것은 오랜 기간 적대 관계를 지속해 온 국가이자 세계 최강국인 미국 정상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며 체제 내부의 결속력을 의식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