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선택 기다리는 투표함 6·1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2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되짚어본 ‘6·13 지방선거’

美北정상회담 대형이슈에 가려
가장 주목못받은 선거 ‘불명예’

文정부,기간 짧고 호감도 상승
야권·토호세력 심판론 힘받아
권력균형 대신 정부·여당 쏠림

12일 하루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선 역대 지방선거를 관통했던 세대교체·정권심판·권력분점 등 3대 공식이 모두 깨진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하루 전 열린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에 가려 가장 주목받지 못한 선거라는 불명예도 떠안게 될 전망이다.

우선 다수의 대권 잠룡들을 양산해냈던 역대 지방선거와 달리, 이번엔 새로운 인물 등장이나 세대교체 등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현역 광역단체장이 출마 의사를 내비친 경우 모두 재공천했고, 정치신인을 발굴하기보다는 인지도 높은 정치인들을 후보로 내세웠다. 특히 한국당은 애초 정치신인을 50% 이상 배정하는 공천 혁신안을 발표했으나, 당세가 기울어 인물난에 시달리자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등 전직 광역단체장 출신 정치인들을 대거 공천했다. 앞서 지방선거를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홍준표 전 경남지사 등 대권 잠룡들이 다수 배출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또 현 정부와 여당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정권심판론’도 이번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4년 전 6회 지방선거에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여당 심판론이 위력을 발휘했고,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선 이명박(MB)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각각 8곳, 9곳의 광역단체장 자리를 나눴던 6회 지방선거를 제외하면 1998년 이후 역대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항상 참패했다. 그러나 정권 1년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선 그보다 ‘야권 심판론’ ‘지방 토호세력 심판론’이 더 부각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경제 실정을 비판하기엔 정권 기간이 너무 짧고, 오히려 직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지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민중당 등 범여권에선 오히려 “보수 야당에 회초리를 들어달라” “제1야당을 교체해야 한다”며 한국당 심판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중앙과 지방정부의 권력분점, 여당과 야당의 권력균형을 만들었던 지방선거가 이번엔 정부·여당 쏠림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7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여당 소속 후보들은 일제히 ‘문재인 마케팅’을 주요 선거운동 전략으로 삼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는 방문하는 지역마다 ‘예산 폭탄’ 공약을 쏟아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근혜·이명박 정권 등 전직 보수정권에 대한 실망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데다, 미·북 정상회담 등 대북 이슈로 현 정부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