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나 ‘패싱’부담 덜어
北·日정상회담 실현까진 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 문제와 일본의 민간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긴밀한 연대를 확인했다. ‘재팬 패싱(배제)’ 논란으로 일본 내에서도 수세에 몰렸던 아베 총리로서는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외교 고립을 피하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북·일 정상회담 실현 등 만만치 않은 후속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교도(共同)통신 등 일본 언론은 8일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긴밀하게 협의키로 했으며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의제화할 것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민간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북한과 직접 대화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북한은 일본 측이 민간인 납치자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주장해 양국 간 회담이 이뤄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핵 문제를 두고 일본 정부가 ‘최대 압박’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도 있어 미·일 간 긴밀한 연대도 선언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외교를 통해 사학 스캔들 같은 자국 내 비판 여론을 피해 와 북한 핵 문제와 민간인 납치자 문제에 그의 정치적 사활이 걸려 있다. 일본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회동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사실을 두고 민간인 납치자 문제가 의제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으며, 북핵 정책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유연한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한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이날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이 북한과의 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이나 후속 정상회담 혹은 또 다른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비핵화 관련해 북한과 지속가능한 합의를 구축하는 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최근 만났던 미국 관료들도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