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꼭 비핵화하라” 강조

완전한 비핵화 달성여부 따라
경제 지원·제재 완화 등 시사
최대압박 재가동 경고 발언도

폼페이오, WMD도 포함 명시
무기·저장고 등 검증대상 열거

‘2개월내 영변사찰단 복귀’ 협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6·12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의 협상 목표와 전략을 보다 명확하게 밝혔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북한에 건넬 ‘당근’과 ‘채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채찍’이 회담장에서의 철수 및 ‘최대 압박’ 재가동·제재 강화라면, ‘당근’은 단계적 접근 일부 수용 가능성과 제재 완화, 종전 선언, 경제 지원 등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북 수교 추진 의사까지 처음으로 공식화하고 김 위원장의 미국 초청이라는 새 유인책도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면 용납할 수 없다”는 회담 전 마지막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송했다. 미·북 정상회담 목표가 비핵화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 면담 뒤 브리핑에서 CVID를 언급하면서 “이게 유일하게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결과물”이라고 확인했다. 특히 그는 비핵화 범위를 핵·미사일에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개념의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 제거”로 명시했고, “비축된 무기·지식 베이스·무기 저장고·시스템·인프라· 핵분열 물질 생산시설 등이 남아있는 한 확산 위험성은 계속된다”며 검증대상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미·북 간 비핵화 견해차가 “조금씩(inch by inch) 진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미·북이 공동 문건에 CVID 명기 문제를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어서 그의 발언은 북한 압박용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제재도 여전히 가동 중이며 북한 비핵화까지 제재 해제는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얻을 수 있는 ‘당근’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른바 ‘트럼프 모델’의 근간인 ‘북한 체제안전 보장+경제적 지원’의 양대 기둥에 살을 더 붙인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체제안전 보장용으로 당장 12일 회담에서 종전 선언 가능성을 제시하는가 하면 장기적으로 미·북 관계 정상화까지 처음으로 언급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의 의회 비준 추진과 함께 김 위원장의 미국 초청 가능성도 공식 확인했다. 이는 협정의 법률적 지속성 확보뿐 아니라 김 위원장의 통치 정당성도 제공하겠다는 파격 제안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괄타결식 초단기 비핵화’에서 다소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접근과의 절충 가능성도 열어놨다. “여러 번 말했듯 이는 프로세스이며, 한 번의 회담으로 될 협상이 아니다”고 밝힌 것.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한 번에 될 수도 있다”고 했고, “회담에 많은 준비가 필요 없으며 이건 태도의 문제”라고 밝히면서 이번 회담이 김 위원장과의 ‘즉흥’ 담판이 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편 미·북 양국은 북한의 핵무기 원료 생산 기지인 영변 핵시설을 감시할 사찰단을 1∼2개월 내에 복귀시키는 방안을 정상회담 합의문에 넣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연합뉴스가 8일 전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