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진소윤·김강훈 커플

“죄송해요. 많이 다치셨나요? 제가 앞을 잘 못 봤어요. 정말 죄송해요.”

8차선 사거리에서 보행자 신호등이 들어온 것을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자전거를 ‘쿵’ 쳤다. 심장도 덜컥 내려앉았다. 곧바로 차에서 내려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보고 연거푸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 도로에 쓰러진 자전거 탄 남자가 고개를 들고 말을 꺼냈다.

“소윤아! 네가 거기(운전석)서 왜 나와? 운전자가 너였어?”

진소윤(여·32)-김강훈(32) 부부가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생긴 일이다. 소윤 씨의 운전 잘못으로 친 자전거 탄 사람이 남편 강훈 씨였던 것. 강훈 씨는 운전자가 자신의 아내 소윤 씨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냥 안아줬다고 한다. 사고를 구경하던 사람은 이게 도대체 무슨 광경인가 했다고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위로해줬으니 말이다.

그런데, 차 사고(?!)로 맺어진 둘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소윤 씨와 강훈 씨는 대학교 같은 과 동기로 처음 만났다. 강훈 씨가 기억하는 소윤 씨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남중, 남고를 나와 여자에 대한 환상을 가졌지만 그걸 하루아침에 깨뜨린 사람이 소윤 씨였던 것. 사건은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술알못’(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소윤 씨가 선배들이 건넨 몇 잔의 술로 시체실에 끌려가면서 시작됐다.

“같은 과에 잘생긴 남자(강훈)가 왔다고 해서, 얼마나 잘생겼는지 궁금했어요. 근데 저는 술을 마시기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채 안 돼 일찌감치 시체실로 끌려갔어요. 거기서 제가 코를 엄청 골았다고 하더라고요. 여자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던 강훈이에게 제가 못 볼 꼴을 보여준 셈이죠.(;;)”

첫 만남, 소윤 씨의 강렬한(?!) 인상 때문이었을까. 둘은 졸업 때까지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소윤 씨가 졸업 직전 우연히 학교 앞 카페에서 강훈 씨를 다시 만나면서 연락을 이어가게 됐다.

“너 벌써 전역했구나. 와, 정말 오랜만이다. 다음에 밥이라도 한번 같이 먹자.”

그냥 어정쩡 지나가기 뭐해 소윤 씨는 강훈 씨의 연락처를 물었다. 하지만 이후 둘은 마치 서로 연락을 기다린 것처럼,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소윤 씨가 취업 후 첫 차를 뽑은 지 3개월도 채 안 됐을 때 일이다. 서로를 안 지 10년, 친구로 지낸 지 4년. 둘의 연애는 갑작스러운 차 사고(?!)와 함께 시작됐다고 한다.

소윤 씨는 주말에 강훈 씨가 있는 천안에 놀러 가겠다며 차를 몰고 고속도로로 나왔다. 시속 100㎞. 고속도로에서 소윤 씨는 손에서 떨어뜨린 걸 본다고 살짝 시선을 떨궜다. 아뿔싸. 소윤 씨가 고개를 들었을 때 이미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차를 산 지 3개월 정도 됐을 때 큰 사고가 나서 너무 슬펐어요. 엄마한테 혼날 것도 걱정됐고요. 견인차를 불러 다시 인천으로 올라가는 길에 정신을 차리고, 강훈이에게 연락했어요. 차 사고가 나서, 오늘 못 볼 거 같다고 말했죠.”

소윤 씨 사고 소식을 듣고 강훈 씨는 한걸음에 소윤 씨가 있는 곳까지 달려왔다. 소윤 씨는 강훈 씨를 보자마자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차 수리로) 돈도 깨지고, 엄마한테 욕먹을 게 뻔해서 너무 무서웠는데 강훈이를 보니까 눈물이 났어요.” 그런데 웬걸. 소윤 씨를 보자마자 강훈 씨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강훈이가 정말 마음이 착해요. 특히 공감 능력이 뛰어나거든요. 제가 사고가 나서 우니까 거기에 감정을 이입했었나 봐요.” 갑작스러운 사고처럼 둘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눈물은 말 그대로 뜻밖의 고백이었다. 그렇게 둘은 연애 1년 6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늘 자신보다 저를 배려하는 강훈이를 만난 건 제 인생 최고로 좋은 사고였어요! ㅎㅎ”

※해당 기사는 지난 한 주 사이 네이버 연애·결혼 주제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콘텐츠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더 많은 커플 이야기를 보시려면 모바일 인터넷 창에 naver.me/love를 입력해 네이버 연애·결혼판을 설정하세요!